사설>'시민의 발' 볼모 시내버스 파업 중단해야
시민불편 지렛대 더 이상 안돼
입력 : 2025. 06. 08(일) 17:26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지난 5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가 현충일 연휴 동안 시민 불편을 고려해 준법 투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다시 9일부터 파업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임금 8.2%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고수하는 사측 간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는 민간영역에 있는 동시에 시민 일상과 직결된 공공서비스다. 파업이라는 수단이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삼는 방식이라면 그 어떤 명분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시내버스는 많은 시민들에게 ‘이동의 마지막 수단’이다. 특히 자가용이 없는 노년층, 청소년, 장애인, 저소득층에게는 대체 수단이 사실상 없다. 실제로 지난 5일 전면 운행 중단 당시 정류장에선 발을 동동 구르던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하철과 택시로 쏠린 수요는 과밀과 혼잡을 불렀고, 출근길 시민들은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연휴라 불편이 덜하다’는 노조 측 설명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에 가깝다. 물론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는 정당하다. 과도한 업무, 고령화된 노동 환경, 낮은 임금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특히 정년 연장 문제는 단순한 노사 협상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 노동 구조 개편의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시민을 압박하는 방식이 아닌, 성숙한 협상 전략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사측과 광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매년 반복되는 파행과 파업은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해온 결과다.

광주시는 단순한 중재자 역할을 넘어서, 공공교통의 책임 주체로서 보다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준공영제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송체계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 시민 불편을 지렛대 삼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노조는 예고된 재파업을 철회하고 협상장으로 복귀하고, 사측과 광주시는 성실하고 책임 있는 협상을 통해 ‘시민의 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공공성과 생계권을 동시에 존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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