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21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정치·국민 통합·지역균형 발전
경제 회복과 외교·안보 정상화
국민의 삶 껴안는 대통령 되길
입력 : 2025. 06. 03(화) 21:32
대한민국은 지금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지나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선출했다. 제21대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인수위도, 준비 기간도 없다. 곧바로 통치의 책무를 안고 전력질주해야 한다. 정치의 붕괴, 안보의 긴장, 경제의 위기, 국민의 분열 등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과제가 없다.

먼저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탄핵 이후 정치권은 불신과 혐오로 뒤덮여 있다. 국정을 책임지게 된 새 여당은 정권교체의 의미를 통합과 개혁으로 이어가야 하며, 전임 여당은 실책에 대한 성찰과 정치적 재정비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보다 협치의 결단을 먼저 보여야 한다. 패자에게 손 내밀고, 반대파에게 자리를 내주며, 오직 국민만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 여야정 협의체를 복원하고, 중도와 비판세력까지 포용하는 광폭행보가 통합의 첫걸음이다.

또 하나의 시대적 책무는 개헌이다. 이번 조기대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다시금 드러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비롯해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 확대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 국회와 정당이 책임있게 협의하고, 대통령은 이를 이끄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시대의 대통령은 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내려놓는 자가 돼야 한다.

외교·안보의 리셋도 시급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냉각 중이다. 북핵 위협은 상수로 고착됐고, 미중 갈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용과 자강, 균형의 원칙 위에서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강화하되 자율성을 확보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안정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실리 외교로 접근하되, 과거사에 대한 원칙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안보의 긴장과 외교의 불신 속에서 새로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 신뢰를 세워야 한다.

경제는 그야말로 전방위 위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국민의 삶은 팍팍해졌다. 새 대통령은 기업과 가계, 청년과 노인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민생 회복 플랜을 내놔야 한다. 복지의 지렛대는 두텁고 정교하게 조정돼야 하며, 재정의 건전성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안정과 공급의 두 축을 다시 맞춰야 하며, 청년 일자리는 단기 정책이 아닌 산업구조 재편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전환, 반도체와 데이터 산업 등 신성장동력 확보도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필수 과제다.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선도적 투자와 지역기반 혁신 클러스터 조성, 공정한 디지털 규범 마련은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사회적 갈등도 방치할 수 없다. 성별, 세대, 이념, 지역 갈등은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틈에 더욱 깊어졌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혐오를 조장한 정치 언어를 폐기하고, 화해의 태도를 국정 전반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언론, 검찰, 공공기관 등 사회 시스템의 신뢰 회복도 필수 과제다. 특정 진영의 전리품이 아닌, 국민의 공기(公器)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도 간과할 수 없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이며, 지방의 인구 소멸은 국가 존립의 경고등이다. 새 대통령은 지역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농어촌, 소도시, 낙후된 지역에서부터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 기후·환경·에너지 전환은 경제 위기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저출생 문제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근본적 해법, 공공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행정개혁, 모병제 전환 등 국방체계의 중장기 재편, 기후재난과 감염병에 대비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 정비, 디지털 시대에 맞춘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도 새 대통령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단기 민생 안정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장기 비전 역시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 대통령에게 ‘시간’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선과 동시에 국정을 감당해야 하며, 국민은 선택과 동시에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시대는 운전석에 앉는 지도자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리더를 원하고 있다. 21대 대통령이 결단하고 나아가야 할 이유다. 무너진 신뢰를 되살리고, 국민의 삶을 가장 먼저 껴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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