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활성화’ 첫 데일리 국제선 20일만에 ‘참변’
지난 8일부터 태국·일본 등 운항
개항 17년 만에 최초 매일 취항
활주로 확장공사 내년 완공 앞둬
“서남권 관문공항 발돋움 찬물”
입력 : 2024. 12. 29(일) 18:37
29일 오전 9시 7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 불시착, 항공·소방 당국이 불을 끄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무안에서 정기 국제선을 취항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노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남도와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정기편 운항에 들어갔다. 방콕행의 경우, 주 4회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이 개항 17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부터 무안∼오사카(일본), 무안~나리타(일본) 노선 등 데일리 국제선 운항을 시작하자 국제선 취항을 시작했다.

무안공항은 서남권 관문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남도, 무안군 등은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인 정기노선 협약 체결과 신규 정기노선 확대에 힘을 기울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무안공항은 오랜 숙원이던 공항 활주로 확장공사가 완공을 앞둔 시점에 참사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무안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개항 당시 비전과 위상에 걸맞게 공항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 연내 완공을 목표로 북측 활주로 연장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사업비 492억원을 투입, 기존 2800m인 활주로를 3160m로 확장하는 사업으로,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이다. 활주로 폭은 45m다. 활주로 길이만 놓고 보면 인천국제공항(3.7㎞), 김포국제공항(3.6㎞)보다 짧다.

전남도는 3㎞가 채 되지 않는 짧은 활주로로는 화물주력기종인 보잉747 이용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항공물류산업 유치에도 중대 장애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2007년 개항 이후 줄기차게 활주로 연장을 건의해왔다.

실제 활주로가 짧다보니 “안전사고 방지” 등을 이유로 400톤이 넘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되면서 미주노선 화물기(총중량 500톤 안팎)의 이·착륙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0년부터 메가 이벤트인 F1(포뮬러원) 대회가 열렸지만 장거리노선 항공기들이 “항공유 무게 때문에, 활주로가 짧은 무안에는 착륙할 수 없다”고 밝혀, F1을 통한 무안공항 활성화도 빈 수레에 그친 바 있다.

전남도는 개항 이듬해부터 국토교통부와 기획예산처를 수차례 찾아 국제공항의 위상에 걸맞은 시설 확장을 건의했으나, 사업비 확보는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실시설계와 착공은 개항 14년 만인 2022년에야 비로소 뒤늦게 이뤄졌다.

전남도는 내년에 활주로 연장과 이후 지방공항 중 유일하게 공항 여객터미널과 바로 연결되는 고속철도(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이 완료되고나면 명실공히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형 참사로 만시지탄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항공전문가 등은 “활주로 길이가 길면 비상착륙 시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착륙은 당일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을 감안해 늘 유동적인데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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