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기억하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
파트3 진상규명 등 충실한 역사 교과서
‘무명C의 노래’ 오월항쟁 옴니버스 구성
‘양림동 소녀’ 5·18 생존자 임영희 저술
입력 : 2024. 05. 23(목) 17:51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의원들이 ‘5·18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다양한 5월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먼저 전용호, 이재석이 쓴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최초 공개한 오월의 상황을 진실 그대로 담아놓은 국내 최초의 도서다. 5·18민주화운동이 발발하게 된 시대 배경, 전개과정, 진상규명의 3단계로 나눠 ‘5·18역사교과서’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요약했으며 이에 오월항쟁 동안 벌어진 참상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사진을 수록함으로써 오월의 진실을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책은 1980년 당시의 정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역사적 팩트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현재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40년이 넘었지만 극우보수세력들은 지금도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소위 ‘광수’라는 ‘북한 특수군 침투설’ 등을 제기하며 5·18민주화운동 왜곡·폄훼 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민주 정권과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진상이 많이 밝혀져 왔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이 책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 교과서로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잘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일어난 시대배경으로 대한민국 건국부터 4·19혁명, 5·16쿠데타까지 다루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전개과정은 1980년 5월의 상황은 물론 518의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과정까지 성실하게 서술돼 있다. 마지막으로 전두환 손자 전우원의 고백까지 최근의 5·18 전개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무명C의 노래.
저자 장주선의 ‘무명C의 노래’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기념한 옴니버스 구성의 4부작 창작물이다. 이 책은 그중 전반부인 1, 2부를 수록했다. 1부 무명C의 노래에서는 탄흔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어조로 전개된다.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은 광주시민의 수만큼 많은 총알을 사용했다. 그 총알들은 사람과 자동차와 벽과 천장과 가구와 들녘의 돌과 나무 등으로 날아 갔고 그중 상당수는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그 탄흔들은 정부 관계자의 노력과 과학 기술자와 수사관의 손길을 거쳐 그때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게 되었다.

2부 갇힌 젊음에서는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반경 518미터를 떠나지 못하고 평생 거기에 갇힌 듯이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수학의 자연 상수 e를 비롯한 오일러 항등식과, 시공을 초월한 물리학의 개념들이 주인공들의 체험과 기억 등과 관련돼 등장한다.

양림동 소녀.
마지막으로 ‘양림동 소녀’는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 임영희씨가 쓴 책이다. 여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하나의 생애가 있다. 1956년 보배의 섬 진도에서 태어나 광주 양림동에서 생애 가장 뜨겁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맞이했던 임영희의 삶이 그렇다. 56세의 나이에 급성뇌졸중으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크레파스와 사인펜을 집어들었다 . ‘그림의 의식’ 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비된 오른손 대신 서투른 왼손이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삶의 굵직한 마디마디에 새겨진 곡진한 이야기들은 그린 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림 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양림동 소녀’는 긴 세월 속에 감춰진 과거를 더듬어보는 시간여행이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간 그곳에선 다양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임영희는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광주로 유학 간 이야기, 그곳에서 문학과 글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이야기, 그 꿈의 터전이 된 양림동에서 사회운동과 문화운동을 시작하고 5·18 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하게 된 이야기, 노년기에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명랑히 풀어낸다. 임영희의 생애 속에서 우리는 그 개인의 역사를, 또한 우리 모두의 역사를 뒤바꿔버린 찬란한 오월공동체와 마주하게 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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