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연금’ 덕 많이 봤는데”… 잦은 비에 지급액 줄어
신안 태양광발전 이익 현금 지급
주민 소득증대·인구증가 이끌어
일조량 25% 감소·발전량 23% ↓
1분기 연금 인당 2~7만원씩 줄어
“설비확충 유도… 발전량 늘릴 것”
입력 : 2024. 05. 08(수) 18:09
신안 안좌도 태양광발전소 전경. 신안군 제공
신안군의 ‘햇빛연금’이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났다. 지난 겨울부터 잦은 비로 전남지역 평균 일조량이 25% 감소하면서 태양광 발전량도 덩달아 줄어 햇빛연금 수당 지급액이 줄어든 것. 햇빛연금은 태양광 발전 이익을 주민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으로,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신안군에서 시행 중이다.

햇빛연금 수령액이 감소하면서 지역민들은 군비 보조 등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용량 확충과 태양광 사업자의 소규모 용량 발전시설 투자 유치로 발전량을 늘리는 등 햇빛연금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 일조량 25% 감소로 연금 줄어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1인당 기본소득 50만원 보장을 내세우며 2021년 4월 햇빛연금 지급을 시작해 지난해 10월까지 1만524명에게 100억원 이상의 돈을 지급했다. 햇빛연금은 태양광시설 민간사업자와 신안군협동조합이 계약을 맺어 분기별 1회 지급한다. 태양광발전소에 가까이 거주하는 주민일수록 더 많은 현금을 받고 있으며 가족구성원이 많은 가구는 연간 최대 169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안군에는 14개 읍·면 가운데 안좌도 288㎿, 자라도 24㎿, 지도 114㎿, 사옥도 51㎿, 임자도99㎿ 등 5곳에서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총 발전량은 126GWh로 지난해 1분기 163GWh 대비 23% 감소했다. 발전량을 토대로 주민에게 지급되는 햇빛연금도 당초 1인당 최대 60만원 지급 예정이었으나 54만원으로 6만원 감소되는 등 지역별로 2~7만원가량 지급액이 줄었다.

예년과 달리 많은 비로 인한 일조량 감소가 연금액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남지역 평균 일조 시간은 133시간으로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일조시간(177시간)보다 25% 감소했다. 2월에는 비가 15일이나 내리는 등 일조량 부족이 태양광 발전량 저하로 직결됐다.

태양광 발전량 감소에 따른 햇빛연금 지급액 축소에 지역민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지도읍 주민 A씨 “평소 1인당 24만원의 햇빛연금을 받아오다 올 1분기에는 갑작스레 17만원으로 7만원 줄었다”며 “한때 햇빛연금을 받기 위해 외지인들이 신안에 전입해 정착하기까지 했다. 잦은 비, 일조량 부족으로 발전용량이 줄어들면서 급변하는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군비 보조를 통한 햇빛연금 정상 지급 등 군민과 지자체 모두가 합심해 대안을 찾아야할 때”라고 밝혔다.

기상 변화에 따른 햇빛연금 지급액 축소를 수긍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다.

임자면 주민 B씨는 “태양광 시설이 고장났는데도 방치해 발전량이 떨어졌다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인한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연금 감소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 햇빛연금, 소득·인구 증가 견인

신안군의 햇빛연금 지급은 주민 소득을 높이고 인구 증가를 이끄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신안군은 1983년 11만8000명이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2014년 소폭 증가한 후 재차 감소해 지난해 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햇빛연금을 지급받는 일부 지역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안좌도의 경우 햇빛연금을 수령하기 전보다 184명이 증가했고 지도읍은 70명이 늘었다. 학생 인구 감소로 휴교 중이던 자라도 자라분교도 햇빛연금 지급 이후 폐교를 면했다.

자라분교의 경우 2020년 재학생 수가 3명으로 줄면서 관련법에 따라 휴교가 결정됐지만, 햇빛연금 지급 이후 주민등록상 취학 가능 아동이 15명으로 늘면서 폐교 유예가 결정됐다.

● “태양광 발전량 늘리기 주력”

신안군이 대대적인 태양광 발전을 시도한데는 군 면적 전체가 섬으로 이뤄져 있어 육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발전 조건이 우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도읍 태양광 발전소의 평균 효율은 4시간으로 전국 평균 3.6시간 보다 앞서고 지역 풍속은 7~7.4㎧로 해상 풍력 발전의 입지로도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육지 면적(656㎢)과 바다 면적(1만2646㎢)을 더하면 서울시의 22배 규모로, 평균 효율이 17%에 이르는 태양광과 28% 수준의 풍력 발전을 지속하면 산유국과 비슷한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이 가능하다는 게 신안군의 설명이다.

장희웅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과장은 “기존 안좌도, 자라도 등 5곳 외에 태양광 발전용량을 늘릴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 햇빛연금의 안정적 지급을 위해 주력하겠다. 타 읍·면까지 무분별하게 태양광발전소를 확대 설치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기존 5곳의 태양광 설비를 늘려 태양광 발전용량이 늘어나도록 하겠다”며 “현재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이 100㎾ 소규모용량 발전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발전사업자들의 직접투자 유치 독려로 발전량을 늘려나가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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