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재단, 성의 경계 허문 남성창극 ‘살로메’ 공연
30~31일 예술극장 극장1
스타소리꾼 김준수 등 출연
욕망에 뒤틀린 헤로데 왕가
입력 : 2024. 05. 07(화) 10:11
ACC재단은 오는 30~31일 예술극장 극장1에서 남성창극 ‘살로메’를 무대에 올린다. ACC재단 제공
남성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끄는 세기의 요부(妖婦) ‘살로메’가 전통예술 장르 창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은 우수공연 초청 프로그램인 ‘ACC 초이스’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30일과 31일 이틀간 예술극장 극장1에서 남성창극 ‘살로메’를 무대에 올린다.

‘살로메’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공주로,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 동명 희곡의 주인공이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남성창극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와 이를 둘러싼 헤로데 왕가의 뒤틀린 욕망 등 사랑에 눈이 먼 인간 군상을 극단적으로 풀어낸다.

유대의 공주인 살로메는 예언자 요한을 사랑하고, 호위대장 나라보스는 살로메를 사랑한다. 헤로데왕은 의붓딸인 살로메를 사랑한다. 공주 살로메는 요한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무시당한다. 자존심이 상한 살로메는 양부인 헤로데왕 앞에서 선정적인 ‘일곱 베일의 춤’을 추고 그 선물로 요한의 목을 달라고 요청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팜므 파탈인 살로메를 소재로 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모두 남성으로, 성(性)의 경계를 허문 ‘크로스젠더(cross-gender)’ 작품이다. 또한 원작에서는 살로메의 못된 성품만을 집중하지만, 창극에선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집착과 욕망 등을 조명한다.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 김도완, 고준석, 서의철, 이정원, 정승준 등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고의 연출가들도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이번 작품을 위해 힘을 보탰다. 뮤지컬 ‘광주’로 친숙한 고선웅 작가가 각색하고, 한국무용 전공자 출신인 김시화 씨가 연출을 맡았다. 국립극장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서울예대 교수인 이아람이 음악감독을, 김현섭 작곡가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한다.

또한 아쟁 연주자 김슬지와 첼리스트 이호찬, 피리 차승현, 가야금 황소라, 타악기 조한민-신승훈 등 실력있는 연주자들이 함께해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디자인을 맡았다. 살로메의 의상들은 인물의 특징과 성격이 드러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동서양이 어우러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된다는 콘셉트여서 등장인물의 의상에 주목되고 있다.

김시화 연출은 모든 인물을 남성 배우로 구성한 데 대해 “남성창극은 이전에 없던 실험적 도전”이라며 “예술적인 측면에서 성(性)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요즘 할 수 있는 시도라 생각했다. 전통공연 장르에서의 이러한 시도는 창작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중화를 실현할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창극 ‘살로메’는 5월 30일과 31일 오후 7시 30분 총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티켓은 ACC재단 누리집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한편, ACC재단에서 추진하는‘ACC 초이스’는 국내외 우수공연을 발굴해 초청하는 대중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우수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남성창극 살로메.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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