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 미학으로 빚어낸 도자기 ‘쓰임’
26일부터 광주신세계갤러리
독일 자기공방 ‘마가레텐회에’
공방장 이영재도예가 작품 등
‘방추항아리’ 등 1300점 선봬
입력 : 2024. 04. 25(목) 14:48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5월 27일까지 이어지는 도자기 기획전 ‘쓰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독일 생활자기 공방 ‘마가레텐회’의 생활자기.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바우하우스’ 정신은 공예 부분의 장인 육성을 위해 1919년 설립된 독일의 시각·조형예술 학교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기능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말한다. 재료의 진솔한 표현, 깔끔한 라인과 절제된 색채 등이 특징이 바우하우스의 미학은 20세기 모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최근의 화두인 지속가능, 친환경적, 효율성을 가치관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바우하우스의 미학으로 빚어낸 도자기를 선보이는 기획전 ‘쓰임(100년 공방 마가레텐회에와 이영재)’를 열고 있다. 전시는 대구점을 시작으로 광주신세계, 대전신세계 A&S, 강남점으로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현재 전시는 서구 광천동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26일부터 5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대전신세계갤러리, 강남신세계갤러리에서도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독일 생활자기 공방 ‘마가레텐회에(Margaretenhohe)’의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아트마케팅을 노린 기획전이다. 마가레텐회에 공방은 미와 실용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독일 ‘바우하우스’ 정신을 계승한 곳이다. 특히 공방의 수장이 유명 도예가인 이영재 작가로 이번 전시에 의미를 더한다. 이영재 작가의 ‘사발’, ‘방추 항아리 등 70여점과 함께 이 밖에도 마가레텐회에 공방에서 선보이는 수공예 작품인 머그, 사각 접시 등 총 1300개에 이르는 다양한 도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100년 공방 마가레텐회에는 1924년 독일 에센지방에 설립된 생활자기 공방이다. 마가렛 꽃이 많은 동산이라는 뜻의 마가레텐회에는 노동자를 위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자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실천해 왔다. 생활에서의 경험을 중시하여 작품에 반영하였던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처럼, 마가레텐회에의 장인들은 아름다운 형상만큼이나, 쓰임을 고민한 실용적인 도자기를 만들어 왔다. 실사용에 가장 편리하면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도록 표준화된 형태와 여섯 가지 유약은, 마가레텐회에 특유의 아름다움의 기반이 되고 있다.

마가레텐회에와 한국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현재 공방을 이끌고 있는 것은 1972년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가 도예와 미술사를 공부하고,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은 도예 작가 이영재 작가이기 때문이다. 1987년 공방의 대표가 된 그는 2006년에 공방을 완전히 인수하여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도자 공방으로 운영 중이다.

일반적으로 ‘도자예술’하면, 일찍이 도자문화가 발달한 동아시아를 떠올리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현대 생활 자기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영재 작가와 마레텐회에는 한국의 오랜 도자 전통이 만들어낸 특유의 정서와 바우하우스적 실용미를 결합한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그래서 오래 볼수록 더욱 좋은 자기를 제작해 왔다.

이영재 작 방추항아리.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이영재는 공방의 리더일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도자 예술세계를 발전시켜 온 ‘작가’다. 한국과 독일은 도자기의 기본

재료인 ‘흙’의 성질부터 시작해 제작과정과 결과물까지 서로 다른 도자 전통을 발전시켜왔다. 두 국가의 도자 문화의 차이와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융합한 이영재 작가의 작품들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단순한 형상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선의 차이와 유약 활용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전달하는 ‘사발’과 두 개의 사발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방추 항아리’는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대표적 예다.

이영재는 미학적 성취를 널리 인정받아 동양인 도예가로는 처음으로 독일 뮌헨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초대전 ‘1111’을 개최하고, 유럽 최대 갤러리 중 하나인 칼스텐그레브갤러리 초대전을 개최하며 도자 예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나가고 있다. 이영재 작가의 도자기는 미국의 무대 연출가 로버트 윌슨이 애장하는 그릇이자, 독일 쾰른 성 베드로 성당의 미사용 성배로 사용된 적 있다.

신세계갤러리는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이영재의 사발과 항아리, 그리고 삶의 공간을 또 다른 풍경으로 변화시키는 마가레텐회에의 생활자기까지 실용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겸비한 특별한 도자기를 만나는 이번 전시가 바쁜 생활 속 작은 쉼표가 되고, 그 쉼표가 앞으로의 일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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