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중 욕하다간 성범죄자 됩니다”
성적 욕설시 ‘통신매체음란죄’
상대적 처벌 쉬워 피의자 급증
3년 새 광주 8배·전남 5배 늘어
“합의금 노린 고소도 증가 추세”
전문가 “범위 정교하게 축소를”
입력 : 2023. 05. 30(화) 18:39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통매음 죄목으로 발생한 성범죄는 279건으로 지난 2020년(35건) 대비 697% 급증했다. 전남지역도 2020년도 58건에 그쳤던 통매음 발생건은 지난해 267건으로 3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났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욕설 채팅. 독자제공.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올 초 평소처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를 접속했다. 게임을 하던 중 같은 팀 B씨로부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부모님에 대한 성적인 욕설을 들었다. 게임을 잘 못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욕설은 게임하는 20여분 동안 계속됐다.

A씨는 B씨에게 “그만해라. 나는 욕도 안했는데, 왜 그러냐”며 따졌지만, 되레 더 심한 욕과 비아냥 섞인 조롱이 돌아왔다.

결국 A씨는 광주 광산경찰에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B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B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B씨처럼 온라인상에서 성적인 욕설을 했다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이른바 ‘통매음’으로 입건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통매음은 게임 뿐만아니라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의 통신매체에서 타인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을 때 성립된다.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댓글을 써도 통매음으로 처벌 받을 수 있을 만큼 범위가 넓다. 범위가 넓다는 것은 저촉되는 피의자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통매음 피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중이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을 ‘좀 더 정교하게 축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광주·전남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통매음 죄목으로 발생한 성범죄는 279건으로 지난 2020년(35건) 대비 697% 급증했다. 3년 사이 8배가량 늘어난 것인데, 검거된 현황도 2020년 38건에서 2022년 264건으로 비슷했다. 2021년은 114건 발생에 92건이 검거됐다.

전남지역도 비슷했다. 2020년도 58건에 그쳤던 통매음 발생건은 지난해 267건으로 3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났다.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한 경우 모욕, 명예훼손, 통매음 등 크게 3가지 혐의를 받는다. 그 중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대상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특정성’과 많은 사람이 인식해야 되는 ‘공연성’을 고소인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통매음은 공연성과 특정성을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표현이 명예훼손과 모욕의 의도가 아니더라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다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런 탓에 게임상에서 한 성적인 욕설도 처벌이 가능해 고소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통매음을 단순히 ‘벌금’만 내는 행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통매음은 온라인 성범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 형사 처벌은 많은 불이익이 뒤따른다.

벌금형 이상일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신상이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되는 것은 물론, 취업제한 명령 등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선고유예를 받지 않는 한 성범죄인 만큼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도 해당된다. 공무원이라면 퇴직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악용사례도 있다. 광주경찰 여청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처벌이 쉽다보니 욕설을 유도해 합의금을 노리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며 ”한명이 50여명을 상대로 고소해 돈을 뜯어 내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게임상에서 클린 채팅 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하는 부분도 있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성범죄·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을 할 때 함께 소개해 심각성을 알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 C변호사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직접적이고 모욕적인 시각 자료를 올리는 것은 통매음이 성립될 수 있겠지만, 게임상에서의 순간적인 욕설까지 적용하는 것은 범위가 너무 넓다. 좀 더 법안을 정교하게 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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