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결과…진상규명·재발방지·추모공간 ‘미흡’
●이태원 참사 2주기…당신은 ‘안전’ 하십니까 <하>
지휘부 무죄…하급기관만 책임
추모공간·분향소 2년간 3번 이전
참사 겪고도 여전한 '안전불감증'
유가족협의회 "철저히 조사해야"
입력 : 2024. 10. 30(수) 18:48
지난 2022년 11월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인근 이태원역 앞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2022년 10월 29일. 우리나라에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끔찍한 상처가 남았다. 시민들은 2년간 유지됐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고 수천명의 청년들이 이태원의 좁은 골목으로 모여 들었다.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의 군중 밀집도는 가로세로 1m 안에만 16명이 있을 정도로 치솟았고 끝내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 직후 조직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방대한 수사를 거쳐 참사를 책임 있는 기관들의 무책임한 대응에 따른 인재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좁은 골목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경찰에 집회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안전요원은 턱 없이 부족했다. 이태원 참사가 방역 조치가 해제됐다는 특수성이 있었다고 치부하기엔 ‘폭염이 길어서’, ‘가을 날씨가 좋아서’ 등 명분이 달라질 뿐 중요한 건 군중 인파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게 중요한 맥락이다. 이태원 참사는 남 일이 아니다. 평소와 같은 365일 중 하루였으며 청년들은 행사가 진행되니까 즐기러 갔을 뿐이다. 친구, 가족, 심지어 자신이 휘말릴 수 있었다. 전남일보는 2년 사이 군중인파 재난사고에 대한 대책,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한다. /편집자주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겪고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올해는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특별법) 제정이 이뤄지면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지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진상 조사와 법적 처벌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이에 유가족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사고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사건의 원인과 경과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과 정부의 대응 방식, 사전 안전 계획의 부족, 인파 관리의 실패 등 다양한 요소가 이번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이태원특별법 통과로 지난달 23일 독립적 조사기구인 특조위가 첫발을 떼면서 진상규명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찰 간부들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유가족들은 큰 실망을 느끼고 있다.

김영백 이태원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은 “책임자가 무죄를 받는 것에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최근 1심 법원은 당시 주요 책임자들에게 과실 책임이 있었는지를 판단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은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됐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정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특성상 각 피고인에게 사고 예견 가능성과 주의·감독 의무를 다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 크고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해 직접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현장 실무자나 지휘관들에게 주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재난안전법상 박 구청장은 주최자가 없는 축제에 안전 관리 의무가 없었고, 김 전 청장은 보고받은 내용만으로는 대규모 사고 발생 우려나 대비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추모 공간의 필요성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추모 공간은 여전히 떠돌이 신세다.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에 자리 잡은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인 ‘별들의 집’은 계약 만료로 인해 다음 달 3일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계약 만료로 인해 추모 공간은 2년 사이 벌써 3번째 이전을 하게 됐다. 첫 번째는 2022년 10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조성된 시민 합동 분향소였다. 이후 유족들은 참사 100일째인 지난해 2월 서울광장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가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판단하면서 양측은 장소 이전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장소 이전에 합의에 성공한 유족들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린 지 499일만인 6월 중순 부림빌딩 1층 실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별들의 집은 다음 달 3일 서울 광화문 경복궁 인근의 한 민간 빌딩 1층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공간 조성은 서울시가 담당하며 운영은 유가족 측이 담당한다.

다만 문제는 이전할 장소 역시 ‘임시’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추모 공간 조성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정식 추모공간 구축과 관련한 협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제도 개선과 안전 관리

이태원 참사는 한국 사회의 대중 행사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드러냈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 대한 사전 계획과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중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인파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 행사가 추진되고 있는 실상이다.

최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라온페스타 행사에서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지만, 당시 현장에 안전요원이 턱없이 부족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참사 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추모공간 마련 등 모든 방면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유가족들은 특조위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일 특조위를 방문해 첫 진상규명 조사신청서를 제출하며 “왜 충분히 예견된 재난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했는지, 참사 피해를 키운 재난관리 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등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협의회가 특조위에 제출한 진상규명 신청서에는 △희생자 159명이 가족들에게 인계되기까지의 행적 △참사 전날·당일 위험신고 대응 및 전파의 적절성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기관별 인원·역할의 적절성 등 9개 과제가 담겼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지난 29일 추모제에서 “참사 발생 원인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체를 엄밀히 조사하고 국가기관이 취한 조치의 적절성 및 책임 여부를 밝힐 것”이라며 “희생자나 유족, 생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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