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인문학>스페인에 깃든 주황
(297) 주황색과 국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입력 : 2025. 06. 04(수) 17:13
●스페인

아라곤 오렌지(Aragon Orange)라는 색은 중세 스페인의 아라곤(Aragon) 왕국을 이미지화한 해맑은 주황이다. 아라곤 왕국은 카스티야(Castilla)와 함께 스페인 중심 세력을 유인하여 12세기에 카탈루냐(Cataluna)를 병합하고 지중해로 진출했다. 아라곤은 고야(Goya, 1746~1823년)의 출생지다.

‘스페니쉬 오렌지’라는 색은 스페인을 이미지화한 주황이다. 스페인 어원에서 에스페리아(Esperia)는 ‘해가 깊은 나라’로 해석된다. 지중해의 태양 열기와 낙천적인 무드를 나타내는 밝은 오렌지색이다.

그라나다(Granada)라는 색은 스페인 중남부의 도시인 그라나다를 이미지화한 아주 어두운 주황이다. 그라나다는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의 역사적 심벌이며, 지금도 이슬람(Islam)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시에스타 베이지(Siesta Beige)라는 색은 스페인인들의 습관인 ‘낮잠’을 이미지화한 구릿빛 어두운 회색 기미가 있는 주황이다. 스페인은 낮이 길기 때문에 낮 동안의 절반은 점심, 그 반은 시에스타(siesta)라고 부르는 낮잠을 잔다. 저녁이 되면 빠세오(paseo)라고 부르는 산보가 시작되고,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10시부터다.

토레도 탄(Tolede Tan)이라는 색은 스페인 중부 토레도의 거리를 이미지화시킨 짙은 주황이다. 타호(Tagus)강에 둘러싸인 토레도는 중세의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으며, 흙과 모래 그리고 돌의 색을 나타낸다.

마졸리카 오렌지(Majolica Orange)라는 색은 색채가 아름다운 마졸리카 도자기를 이미지화시킨 주황이다. 마졸리카 섬은 지중해에 떠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Islands Balearic)의 하나이고, 도자기와 오렌지 그리고 올리브, 레몬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마졸리카 섬의 수도원에서 쇼팽(Chopin)과 조르주 상드(George Sand)가 겨울철을 보낸 적도 있다.



●아일랜드

아일랜드 국기 속의 황록색은 켈리 그린(Kelly Green)이라는 특유의 색이며,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영국과 아일랜드 개신교도들은 ‘주황 사람들(Orange man)’을 자처했다. 이 색은 가톨릭에 대항하여 싸우는 개신교의 색이 되었다. 그래서 아일랜드 국기에는 녹색과 주황색 사이에 하얀색이 있으며, 이 하얀색은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평화 협정을 상징한다.







●영국

피커딜리(Piccadilly)라는 색은 소호(Soho) 지구에 있는 피커딜리를 이미지화시킨 짙은 주황이다. 런던 번화가에 있는 피커딜리에는 레스토랑과 영화관이 있고, 피커딜리 중앙에는 박애주의자 샤프츠버리(Shaftesbury)의 기념비가 있으며, 분수 위에 에로스(eros) 상(像)이 있다.

히드로 브라운(Heathrow Brown)이라는 색은 히드로 공항을 이미지화한 어두운 주황이다. 영국의 히드로 공항은 일본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국제공항 중 하나이고, 공항 내부는 브라운과 노란색으로 사용되어 있으며, 공항의 상징인 곰은 노란 옷을 입고 있다.

로스트비프(Roast Beef)라는 색은 로스트비프를 이미지화시킨 어두운 주황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이고, 소고기를 익힌 후 얇게 자르고 이것을 호스라디쉬(horseradish, 서양의 와사비)를 찍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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