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청년들
정승우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5. 06. 02(월) 17:26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른 아침부터 곳곳의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길게 늘어선 투표 행렬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건 청년세대의 투표 참여였다.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용지관에 마련된 용봉동 사전투표소 앞은 학우들과 함께 투표에 나선 앳된 대학생들로 가득했다. 청년들은 어떤 후보가 자신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당보다는 정책을 기준으로 후보를 판단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대학생 김은미(21)씨는 “기표소 안에서 마지막까지 깊이 고민하며 선택했다”며 “정치적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어떤 정당이든 국민에게 이로운 정책이라면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생들은 부모님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부모님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첫 투표에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투표를 하고 싶었다”는 대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이들도 있었다.

청년들은 더 이상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주 주말마다 열리던 집회에도 청년들은 광장에서 함께했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빛의 혁명’이라고 불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끄는 데 동참했고 민주주의 회복에 힘을 보탰다. 실제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던 상당수 청년들의 발길이 사전투표소로 향했다.

이번 대선에선 청년들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과거엔 정치에 무관심하던 이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정보를 나누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어서다. 정치권도 선거철에만 청년들을 바라보지 말고 진정성 있는 소통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청년들이 조기 대선을 통해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며 경험을 축적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번 사전투표 취재를 통해 청년 세대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 의지를 확인했다. 그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길 바래본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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