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여성 유인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위계 촉탁살인’ 혐의 긴급체포
“술 마시고 자다 일어나니 죽어 있었다” 진술
경찰, ‘살해를 위한 기획’ 범죄 적용도 검토 중
입력 : 2025. 05. 28(수) 10:29
20대 여성에게 채팅앱을 통해 접근해 자택으로 불러들인 뒤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여성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은 살인죄 적용 여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 의왕경찰은 28일 A(20대)씨를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최근 채팅앱을 통해 만난 우울증 이력이 있는 여성 B(20대)씨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며칠간 함께 지낸 뒤,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지난 27일 오전 A씨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족에게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유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시신을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B씨가 숨진 당일 오후 A씨의 집에는 또 다른 10대 여성 C양이 머물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가출 신고가 접수된 C양을 추적하던 중 A씨의 자택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C양 역시 A씨가 채팅앱에 올린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는데 오전 11시께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며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C양은 오후 9시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6시간가량 시신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복층 구조로 인해 시신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A씨가 B씨의 극단적 선택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만약 A씨가 자살을 유도하거나 실행을 도운 정황이 드러날 경우, 단순 방조가 아닌 ‘살인죄’ 적용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형법상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형법 제253조)은 위계나 위력으로 자살을 유도하거나 결의하게 한 경우 적용되며, 법정형은 살인죄와 동일하게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단순히 자살을 승낙받고 실행한 ‘촉탁살인’(제252조)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여성들의 심리 상태를 악용해 자택으로 유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단순 방조를 넘어 ‘살해를 위한 기획’으로 법적 판단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와 C양에게 앱을 통해 자택 주소를 알려주고 스스로 오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본인도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지, 자살 동조 여부 등은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분석과 채팅 내용 복원을 통해 A씨의 범행 수위와 고의성을 규명할 계획이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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