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대동정신 계승”…광주시민 따뜻한 ‘혈액 나눔’
혈액원, 5·18 맞아 시민 캠페인 진행
45년 전 총상 환자 위해 헌혈 릴레이
광주시청·전남대 헌혈버스 동참 발길
입력 : 2025. 05. 15(목) 18:07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은 1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행정동 앞 헌혈버스에서 5·18 민주화운동 시민헌혈 기념식을 개최했다. 정승우 기자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이 오월 대동정신 계승을 위한 ‘시민헌혈’ 캠페인에 나섰다. 광주 시민들은 1980년 지역 공동체의 연대 정신을 상기하며, 따뜻한 생명나눔 발길을 이어갔다.

1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 광장에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의원과 공무원들의 단체 헌혈을 비롯해 많은 시민의 헌혈 참여 발길이 이어졌다.

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을 입은 부상자들을 위해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헌혈에 참여했던, 45년 전 생명나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마련된 ‘광주시민 헌혈 캠페인’의 일환이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은 광주시청에서 16일까지 헌혈버스를 운영,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노란 조끼를 입은 광산구적십자봉사회 봉사자들은 헌혈에 동참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청을 찾은 시민들을 안내하며 행사 진행에 최선을 다했다.

김정숙(65) 봉사자는 “몸이 허락한다면 직접 헌혈을 많이 하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가능하지 않아 아쉽다”며 “시민들이 캠페인을 통해 헌혈에 동참했으면 한다. 특히 젊은 친구들의 많은 참여로 보유 혈액량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기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고, 반창고를 붙인 채 헌혈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철영(58)씨는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시청에 일을 보러 온 김에 동참하게 됐다”며 “헌혈을 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14일 오후 전남대학교 도서관 별관 앞 헌혈버스에서 학생들이 헌혈을 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앞서 지난 14일부터 5·18사적지 1호인 전남대학교에서도 ‘전남대에서 피어난 민주화, 전남대에서 퍼지는 생명나눔’이라는 슬로건 아래 캠페인이 진행됐다. 전남대학교는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된 곳으로, 당시 학생들은 학교 출입을 막는 계엄군과 충돌했고 금남로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강의가 없는 시간에 거리로 나온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며 헌혈에 참여했다. 도서관 별관 앞에 위치한 헌혈버스 2대에는 헌혈을 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헌혈을 마친 이들은 학우들과 함께 간식을 나눠 먹으며 잠시 안정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헌혈한 학생들에게는 텀블러와 커피 쿠폰 등 선물도 증정됐다.

안민혁(26)씨는 “평소에도 학교 앞 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해왔지만 오늘은 45주년 5·18을 기념하는 행사라서 더 보람 있었다”며 “헌혈로 모인 혈액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신승환(26)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5·18 민주화 운동 기간 선배들이 피를 흘리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헌혈을 하며 도움을 준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한 번 더 상기하게 될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전남대학교 일대에서 진행된 헌혈 캠페인에는 대학생과 북구 주민 등 140여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15일에는 전남대 총장, 총동창회장, 총학생회장, 보직교수 등이 선배 박승희 열사를 참배한 뒤 릴레이 헌혈에 함께했다.

45번째 5·18기념일 주간을 맞아 지역 내 생명나눔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광주전남혈액원은 오는 17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 행사에서도 ‘오월정신과 헌혈’ 홍보부스를 운영한다. 당일 오후에는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이 옛 광주적십자병원에서 방문객들에게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과 오월 광주의 헌혈 역사를 해설할 예정이다.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적십자병원 등에서 총상 환자를 위해 시민들이 줄지어 헌혈에 동참했다”며 “헌혈과 나눔으로 45년 전의 대동정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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