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5·18 진압 주도' 정호용 영입 시도에 지역민 분노
선거대책위 상임고문 임명후 해촉
한덕수 ‘광주사태’ 발언 이어 물의
오월단체 “5·18 희생자 모욕” 반발
“‘내란 후계자’ 스스로 인정” 비판
입력 : 2025. 05. 15(목) 18:12
노먼 소프가 기록한 1980년 5월 월년27일 시민을 붙잡아가는 계엄군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유혈 진압을 지휘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했다가 5시간 만에 해촉한 가운데, 지역사회와 오월단체는 이들의 역사관을 문제삼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호용 전 장관은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핵심 인물로, 특전사령관으로서 광주에서 벌어진 유혈 진압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됐고, 1997년 대법원은 그에게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그는 군사반란을 주도하며 계엄군을 광주에 투입했고,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이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추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5월27일 당시 숨진 광주시민이 추가로 발견, 지난해 6월 같은 혐의로 또다시 고발되기도 했다.

정호용의 상임고문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전남 지역사회와 오월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비록 임명이 취소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김문수 후보 선대위의 역사관을 보여준다”며 “정호용을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임명한 것은 5·18의 역사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다. 김 후보와 당은 직접적 사과와 함께 합당한 문책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계엄군의 구타 후유증으로 가족을 잃은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윤석열 내란 공범도 모자라 5·18 배후 5적을 선대위 고문으로 위촉하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오월 영령을 모욕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이것이 국민의힘의 수준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직장인 정종용(60)씨는 “계엄 주도 세력이었던 정호용을 위촉한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의 이러한 행태는 너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장지석(26)씨는 “이번 결정은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행위다. 하루 만에 번복됐다 해도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5·18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호용 인선 논란은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광주 사태’ 발언에 이은 5·18 관련 논란이다. 한 전 총리는 최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려다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혔고, 그 과정에서 ‘5·18 광주 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이 표현은 전두환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소란) 사태’로 규정하며 사용했던 용어다.

정치권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광주 동남갑) 의원은 “정호용과 같은 내란범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철회한 행위는 김문수 후보가 전두환과 윤석열을 잇는 ‘내란의 후계자’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SNS를 통해 “이번 시도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이자 광주·전남을 무시하는 처사다. 5월 영령과 광주·전남 시·도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광주선대위 공보단 역시 “정호용 임명은 단순한 인사 실패가 아닌,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의 재집결”이라며 “민주주의를 학살한 인물을 대선 캠프에 영입한 김문수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는 “지방 일정 중에 있었던 일로, 미리 상의된 것이 아니었다”며 “업무 착오로 발생한 일이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5·18 추모기간 발생한 이번 사태는 오월 정신을 둘러싼 국민적 공감대를 다시금 흔들고 있다. 역사관 논란에 당은 정호용 임명 해촉과 해명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는 17일 금남로 일원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를 준비 중인 5·18 민중항쟁 행사위원회는 김 후보 측에 ‘참석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국민의힘 선대위는 현재까지 김 후보의 참석 여부에 관해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현·윤준명·이정준·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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