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칼럼>멀리 봐야 할 저무는 ‘달러 절대성의 시대’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 2025. 04. 24(목) 09:33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미국은 오랜 기간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고, 달러는 금과 견줄만 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국제결제 시장에서 달러패권을 이룩해 냈다. 국제결제의 80% 이상이 달러로 이루어지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60%는 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 대한 경제적 신뢰,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지위, 국제사회에 대한 헌신과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정책과 제재,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균열은 ‘달러의 무기화’라는 비판을 낳았다. 달러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국가들의 움직임도 가속화시켰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비중을 늘렸고 BRICS 국가들 역시 달러가 아닌 공동 결제 시스템 개발을 논의하며 탈달러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국 일방적인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UN 등 국제기구의 탈퇴를 언급하고 국제원조 중단, 미군 주둔비 증액을 현실화 시켜 국제사회의 반감도 자초했다.

그 결과 미국경제를 포함한 국제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졌고 미국은 과거의 지위와 신뢰를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미국의 얼굴인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 국채 가격의 폭락은 곧 달러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음을 말해준다. 달러의 절대적 지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달러가 곧바로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금융의 신뢰를 받고 있고 수십년 간 구축된 달러 중심의 방대한 금융 인프라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달러 절대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 금융의 새로운 통화 세계가 달러패권에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면 중국과 BRICS 국가 등도 끊임없이 탈달러를 꿈꾸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의 10여 년은 달러패권에서 복수통화가 허용되는, 다극화 통화 세계가 열리는 과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존재하는 기간에는 달러의 지위는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미국 국채나 달러에 투자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ETF 등 금융상품을 통해서 쉽게 미 국채, 달러 등 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은 달러 관련 상품을 멀리서 바라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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