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오른 1월분 난방비 고지서에 서민들 ‘한숨’
난방요금 인상에 한파까지 겹쳐
“실내온도 낮추는 등 애썼는데…”
자영업자·복지센터 등지 큰 타격
"소외계층 에너지 지원 강화해야"
입력 : 2025. 02. 26(수) 18:43
65만원이 청구된 A씨의 1월달 관리비 고지서. 독자 제공
#광주 동구에서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A씨는 1월달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음에도 지난달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37여만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 때문에 난방을 아예 끌 순 없으나 어떻게든 난방비를 줄여보고자 아이에게 늘 두껍게 옷을 입히고 20도에서 22도만 유지하다 보니 따뜻하지 않은 바닥과 싸늘한 공기 속에 지냈다. A씨는 “심지어 배관 청소에 창틈에 방풍지, 스폰지를 채우고 단열재를 벽면에 둘렀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난방 취약계층이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추울 때 돈 계산하면서 난방을 틀지 못하다 보니 서럽기도 하다”고 호소했다.

#화순에서 광주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B씨도 이달 초 도시가스 요금으로만 30여만원이 나온 명세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이상으로 난방비가 많이 나오면서 생활비에 차질이 생겼고 이제 난방을 줄이든 식비를 줄이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3월을 앞두고 계속되는 한파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번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진다는 호소가 나온다.

난방비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해 주택 난방 사용요금을 인상한데 이어 한파가 계속된 것이 꼽힌다.

26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의 평균기온은 4.3도로 2023년 같은 달(5.3도)에 비해 1도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최고기온(9도)과 평균 최저기온(0.1도)도 각각 0.8도와 1.1도 하락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 1일자로 주택용 난방 사용요금이 메가칼로리당 101.57원에서 112.32원으로 9.8%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 가중됐다.

인상액이 4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6000원 가량 예상됐지만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난방비가 거의 2배가 올랐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안 그래도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지난해 12·3 계엄 이후 계속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고정비 지출 증가는 더 크게 다가온다.

광주 남구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3)씨는 “코로나를 버텼더니 경기침체가 오고,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었는데 12·3계엄으로 연말 연초 회식마저 없어졌다. 그런 와중에 난방비까지 인상되니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복지센터의 경우 일반 가정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광주 동구의 한 노인복지센터는 지난해 1월 70여만원 청구됐던 난방비가 1년 만에 140여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등록 회원수가 크게 많아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함에도 센터까지 힘든 발걸음을 했다고 생각하면 난방비를 아낄 수도 없다는 게 노인복지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센터 운영비가 300만원이 채 안되는데 절반을 가스요금으로 냈다”며 “겨울철 후원금이나 지원금이 줄어들 경우 센터 운영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한파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재해구호기금관리 조례에 근거해 소외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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