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만원도 부담"…고물가에 가성비 식당 '인기'
외식물가 3년 연속 3% 이상 올라
이상기후·고환율 탓 상승세 지속
한식뷔페·시장 식당 청년층 '북적'
"식사비 급등하는데 월급은 동결"
입력 : 2025. 02. 26(수) 18:29
고물가 및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외식비가 상승하면서 점심값 부담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1만원 미만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26일 광주 서구의 한 한식뷔페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고물가 및 이상기후로 인한 식자재비 상승 여파로 외식비가 급등하면서 점심값 부담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1만원 미만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30대의 발길이 뜸했던 한식뷔페나 전통시장 식당에도 청년층 손님이 증가하는 등 세대 구분 없이 외식비를 절약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26일 찾은 광주 서구 금호월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1시께에도 이곳 지하 한식뷔페는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부터 대학생, 연인,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모여들어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1인당 8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35~40가지의 다양한 반찬을 제공하는 이곳은 광주지역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올 들어 10여년 만에 가격을 1000원 인상했지만, 오랜 기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해 온 덕분에 최근에는 외식비 부담으로 ‘가성비’ 좋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한식뷔페 사장 백모(58)씨는 “평일에는 600명, 주말에는 700명 정도의 손님이 점심을 먹으러 온다. 다른 동네에서 여기까지 원정을 오는 직장인들도 많다”며 “예전에는 식당을 찾는 손님 중 80% 정도가 중년층이었는데, 요즘은 20·30대 젊은 청년들의 비중이 꽤 늘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방문한다. 고물가에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저렴한 식당을 찾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외식비 부담에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가격’을 먼저 본다는 직장인도 만나볼 수 있었다.

가구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서모(50)씨는 “직업 특성상 이동이 잦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을 찾아다니며 점심값을 절약하는 게 일상이 됐다. 터미널 근처로 올 일이 있으면 꼭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며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서 점심 한 끼도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맛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격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서구 양동시장의 한 분식집도 김밥 2500원, 떡볶이 3000원, 국밥 7000~9000원 등 1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상인 구모(55)씨는 “전에는 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1~2년 새 점심 손님이 20~30%가량 증가했다. 또 최근에는 시장 주요 고객인 장년층 외에 20~30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일반 식당에 가면 한 끼에 1만원은 기본으로 지출해야 하니 가격이 저렴하고 메뉴도 다양한 시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종종 끼니를 때운다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월급은 동결되거나 소폭 오르는데 외식 물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상승하니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면 한 끼에 1만원 이상을 쓰게 될 때도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도시락을 싸 오고 두세 번은 분식집이나 한식뷔페, 시장 식당을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외식 물가는 고물가 장기화, 이상기후로 인한 식자재비 상승 등의 원인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지난해(117.38)와 비교해 3.1% 상승했다. 지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7.7%, 2023년에는 6.0% 각각 오르며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상승할수록 외식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식 물가 상승은 식자재비 등이 지속해서 상승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이상기후 여파로 신선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9.8% 급등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선과실은 17.1%나 상승하며 지난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신선채소 역시 8.2%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5.9%로, 농산물(10.4%), 수산물(1.6%), 축산물(0.7%)이 모두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2.3%)을 웃돌았다. 전기·가스·수도 역시 3.5% 올라 자영업자들의 가게 운영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 같은 외식 물가 상승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기조 속에 기후변화와 원·달러 환율 급등, 미중 관세전쟁 등이 겹치면서 국내 식품 물가의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5일 ‘외식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외식업계에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일부 월동채소의 가격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이날까지로 예정돼 있던 농산물 최대 40% 할인 행사 지원을 다음 달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배추·무·양배추·당근 등 4개 품목에는 오는 4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해 민간 수입을 유도한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경제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