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정아이파크 붕괴 원인은 공법 무단 변경”
광주지법, 피고·법인 20명 1심 선고
원청 현산-하청업체 공방 끝 3년 만
중대재해법 적용 안돼 경영진 무죄
“콘크리트 타설 관리·감독 부실 인정”
입력 : 2025. 01. 20(월) 18:52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3주기 추모식이 열린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가 정부에 바라는 마음을 발표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법원이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공법 무단 변경을 지목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2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현산, 가현건설, 광장 등 법인 3곳과 현장 책임자 17명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을 열고 20명의 피고와 법인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이번 재판은 원청과 하청 간에 과실을 미루는 긴 공방 끝에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현산과 현장소장 등 5명에게 징역 2년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감리를 비롯한 책임자 6명에게는 징역 1년6개월~징역 3년을 선고하고 집행을 3~5년간 유예했다. 다만 해당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고인 점 등을 이유로 현산 전 대표이사와 하청사 대표 등 경영진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현산이 공사 중이던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지대 미설치와 공법 변경, 콘크리트 품질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아이파크 201동 최상층인 39층 타설 과정에서 발생한 16개 층 연쇄 붕괴 사고를 내 하청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현산과 가현건설의 데크 플레이트 공법을 무단변경한 점과 하부 38층 하부에 설치된 동바리 철거를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봤다. 사전 검토 없이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하면서 하중의 증가 및 하중 전달 경로가 변경돼 30톤의 데크용 콘크리트 지지대에 설비(PIT)층 바닥이 개입되지 않은 하중으로 작용, 설계 영향을 고려한 하중에 비해 약 2배정도 증가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설비층 바닥이 데크용 콘크리트 지지대와 무게에 전달되는 타설 하중을 견디기에는 무리였고 설비층 바닥 슬라브가 무너지면서 붕괴가 시작됐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콘크리트 강도 부분과 관련해 2~3개의 층이 한번에 연쇄 붕괴가 되면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연쇄 붕괴는 보일 것으로 보여 참사 발생에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형량을 살펴보면 건설 공사의 원청인 현산의 현장 총 책임자인 이모(53) 전 소장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하고 하부층 동바리 해체에 관여한 현산 측 2명에게는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다른 현산 측 2명에게는 과실 정도와 책임 여부 등에 따라 징역 2년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감리를 맡은 광장 소속의 현장 감리와 총괄 감리 등 3명에게는 비교적 과실 책임이 크지 않은 점을 이유로 징역 1~3년과 집행유예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의 항소심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7명의 사상자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건물이 미완공돼 수분양자들과 인근 상가가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준 점을 모두에게 불리한 양형으로, 피해자 유족과 상해를 입은 피해자 사이에 원만한 합의를 통해 처벌 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모두에 대해 공통된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산 측 관계자가 동바리 해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법령 등 규정에 맞기 시공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사고 당일 타설 공정 하부 3개 층에 동바리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당연한 상식이라는 이유로 예상을 하지 못했고 몰랐다는 것은 오히려 사실상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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