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편하게 쉬세요"…애도하는 마음 이어져
공항계단 유족·추모객 편지 빼곡
합동분향소 찾은 방문객들 눈물
입력 : 2025. 01. 20(월) 18:52
지난 18일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추모객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편지를 작성해 게시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20일만에 진행된 합동추모식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무안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내부에 마련된 추모 계단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유족들과 추모객들의 편지로 가득했다.

편지 내용은 ‘다음 생엔 행복하세요’,‘편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하늘에서 편하게 쉬세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고 몇몇 편지는‘영원히 사랑하는 우리 엄마 고마워’,‘사랑하는 우리 오빠 너무 보고 싶으면 어쩌지’,‘아빠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나중에 꼭 만나요’ 등 유가족들이 작성한 편지들도 보였다.

슬픈 감정을 추스르며 종이 위에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 듯한 유가족들의 편지에는 안타깝게 떠나보낸 가족, 친구, 지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번 참사로 엄마를 잃은 딸은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다가 우리 보고 싶어지면 꿈에 놀러 와줘. 다음에도 우리 엄마 해줘, 내가 진짜 잘할게”라는 편지를 통해 고인과의 작별을 고했다.

수많은 편지가 계단을 빼곡히 채운 가운데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한 추모 편지 게시는 멈추지 않았다.

추모 계단 앞 손편지운동부의 추모의 글을 쓸 수 있는 책상에는 편지를 작성하려는 추모객들로 가득했다.

추운 겨울 한파를 뚫고 먼 길을 달려온 추모객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김혜선(40)씨는 “본인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인데 먼저 아픔을 겪은 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워 방문했다”며 “유족들의 마음이 회복되길 바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지인들 또한 방문해 편지를 작성했다.

광주에서 온 강소라(55)씨는 “20년 이상을 함께했던 제자가 희생돼 방문했다. 너무 힘들어 그동안 공항에 찾아올 수 없었다”며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해서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내 제자가 살아있는 것 같고 언제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헌화하고 조용히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서둘러 분향소를 벗어나기도 했다.

한편 무안공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오는 2월15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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