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대기시간 2시간 걸려도…새해 첫날에도 이어진 조문 행렬
무안공항 조문객 줄 500m 이어져
'다른 분향소 이용' 안전문자 발송
세월호 유족, 가족 잃은 아픔 위로
합동분향소·사이버분향소 추모 물결
입력 : 2025. 01. 01(수) 18:30
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새해 첫날부터 17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지자체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공항 청사 외 다른 분향소에서 조문해달라고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제주항공 참사 나흘째이자 새해 첫날인 1일 무안국제공항 내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청사 외곽까지 500m가 넘게 두 줄로 길게 늘어서며 조문하는 데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공항 내부도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고 공항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질서 유지해 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조문객들을 안내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정진현(29)씨는 가족과 함께 아침 식사 대신 조문을 위해 무안을 찾았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차마 다 공감하진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정씨는 “지난해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슬픔이 찾아왔고,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 지인의 지인이 유족일 정도로 가까이에서 비극이 벌어졌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국민들에게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족 30명도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섰다. 새해를 맞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희생자 상차림을 마친 세월호 유족들은 가족들을 잃은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곧장 무안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서 “세월호에 이어 3년 전 10·29이태원 참사까지 우리 사회가 변한 게 없다”고 호소했다.

광주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와 사이버분향소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추모할 수 있도록 광주시 누리집에 ‘사이버분향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분향소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온라인에서 헌화하며 고인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이다. 헌화는 로그인 없이 가능하다.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 기준 헌화 959명, 추모글 252개가 달렸다.

시민들은 추모글에 “여행의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다”, “유가족분들의 슬픔과 고통을 헤아릴 순 없겠지만, 가슴 깊이 애도한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다.

합동분향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 5개 자치구 구청장, 구징치(顧景奇) 주광주 중국총영사,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시민 등 5000여명이 조문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아왔다는 강현지(28)씨는 “예기치 못한 참사에 주말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는 뉴스를 보고 출근길에 들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반 친구가 희생자 명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모(15) 양은 “같은 반에서 이야기하며 놀던 친구가 이번 참사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우선 합동분향소 조문을 통해서라도 친구의 마지막 길을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합동분향소 방명록에 “정말 에너지 같은, 비타민 같은 언니가 더 행복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이렇게 빠르게 갔나 싶네.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있어!”, “좋은 곳에서 근심 없이 지내길 기원할게” 등의 추모글을 남겼다.
노병하·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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