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교학점제, 입시의 틀부터 전면 바꿔야
내년 광주·전남서도 전면 실시
입력 : 2024. 12. 26(목) 17:46
교육부 방침에 따라 2025년부터 광주·전남지역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기존 교육과정이 아닌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제도다. 하지만 시행을 눈 앞에 둔 지금,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들마저 고교학점제에 대한 근심이 크다고 한다.

당장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의 특성 때문에 자신들의 입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지역교육지원청과 거점학교에 속해 여러 학교를 돌며 가르치는 ‘교과전담 순회교사’에 대한 우려도 높다. 가정이나 음악, 미술 등 입시와 거리가 먼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강 신청을 부탁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입시’라는 틀 속에서 우리 교육계가 가진 한계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자신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의 교육 여건상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졸업에 필요한 이수 학점을 채울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올해까지는 각 학년 수업 일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을 하면 졸업이 가능했지만 2025년부터는 각 과목별로 출석률 뿐 아니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최악의 경우 학점을 채우지 못할 경우 낙제할 수도 있다. 틀에 박힌 교육과 반강제적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는 셈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는 옳은 방향이다. 그렇다고 학교 현장에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전면 실시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교육당국은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나 교사정원, 학점이수 방안 등을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시와 정시부터 내신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입시제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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