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교학점제 시행…교사·학생 모두 ‘근심'
진로·적성 따라 과목 선택·이수
비인기 과목 소외…'순회' 우려
학점 미이수 시 졸업 불가도
"학생 책임 강화, 스스로 인지해야"
입력 : 2024. 12. 25(수) 18:31
전남도교육청 전경.
내년부터 광주·전남지역도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입시 과목에 미해당된 교사들은 수업시수가 줄거나 순회교사로 내몰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학생들은 학점 미이수로 인한 제때 졸업하지 못할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25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관내 224개(광주 67개교·전남 157개교)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기존 교육과정이 아닌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제도로 과목 이수학점이 졸업 기준에 이르면 졸업이 결정된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의 특성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에서 소외될 경우 수업시수를 맞추기 어려워 타 지역으로 보내지거나 지역교육지원청과 거점학교에 속해 여러 학교를 돌며 가르치는 ‘교과전담 순회교사’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가정’, ‘음악’, ‘미술’ 등 대학 입시와 다소 거리가 먼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는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수강 신청할 것을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희망하는 수업을 수강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입시’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상 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등 수능 위주의 교과목으로 선택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포의 한 고교에서 ‘중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김모(39)씨는 “제2외국어 같은 과목보다는 대입과 관련한 과목이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퇴근 후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관련 수업을 열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의 고등학교 순회교사는 광주 60명, 전남 150명으로 집계됐다. 광주는 순회교사로 근무해도 학교와 학교 사이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반면 전남의 경우 거리가 멀어 순회교사를 더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남 지역 고등 순회교사의 담당과목은 미술(19명), 체육(18명), 진로(17명), 음악(14명) 순으로 입시와 직결되지 않은 소수과목 담당교사들이 주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등 순회교사도 총 573명으로 이들의 담당 과목은 음악(83명), 기술·가정(75명), 미술(72명), 도덕(71명) 인데 반해 국어(4명), 과학(14명), 영어(15명)으로 크게 차이나고 있어 고교학점제로 학생 선택에 따른 정원 감축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안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만큼 대학생처럼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선택,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게 되지만 이와 동시에 ‘미이수’ 학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4년까지는 각 학년 수업 일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하기만 하면 졸업이 가능했지만 2025년부터는 각 과목별로 출석률 뿐 아니라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예비시행인 고교학점제는 학업성취율을 채우지 못해도 학생들이 낙제되지는 않았지만 전면시행될 경우 미이수 학생은 별도 과제 혹은 보충 이수를 통해 학점을 딸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학점을 채우지 못할 경우 미이수 학생은 졸업을 못하고 낙제될 수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교육 과정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 수업시수가 학교에 따라 한 학교는 18시간이라면 다른 학교는 20시간일 수 있어 이를 맞추기 위해 순회·겸임이 이루어 지기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수업시수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며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는 과정에서 학생 책임이 강화됐고 미이수 학생에게는 교사의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학업성취율을 채우지 못할 경우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예방지도, 계절학기 등 부족한 학점을 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학생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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