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사변적 미래로 풀어내다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21일 결과물 발표 ‘언론공개회’
인공지능·인간·다중우주 주제
美·日 등 8개국·8팀·12명 참여
참가비 무료…현장 선착순 모집
21일 결과물 발표 ‘언론공개회’
인공지능·인간·다중우주 주제
美·日 등 8개국·8팀·12명 참여
참가비 무료…현장 선착순 모집
입력 : 2024. 11. 21(목) 17:32
이강현 ACC 전당장이 21일 ACC 문화창조원 창·제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언론공개회에서 쇼케이스 작품 ‘신피지카’를 체험하고 있다. 박찬 기자
지구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인간이 일군 기술과 융합돼 사변적 미래를 펼쳐 놓은 대안 현실 공간이 마련됐다.
2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창·제작스튜디오에서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결과물들을 발표하는 언론공개회가 개최됐다.
9회째를 맞은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의 올해 주제는 인공지능·인간·다중우주로 과학기술과 예술, 자연 간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지난 4개월간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브라질 등 총 8개국 8팀 12명이 작업한 결과물이 22~27일 대중에게 공개된다.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상희와 내러티브 디자이너 성훈이 협업한 팀 ‘교각들’은 ‘미소녀는 수육受肉하지 않는다’를 선보였다. VR 챗 커뮤니티 문화에 미소녀 도상의 역사성과 모델링을 통한 재현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구현했다.
일본의 예술 기획자이자 사회적 조각가인 류타 아오키는 ‘시뮬레이션된 합의’라는 작품으로 AI와의 협업을 통해 여론 조작의 잠재적 위험을 조명한다. 우리가 의존하는 집단 의사결정 기술에 많은 결함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파고들어 ‘인류가 앞으로 여론을 온전히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만의 치아오치 추와 요우양 후가 지난 2018년 설립한 ‘신피지카’는 ‘인공지능-크리처-멀티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의 생물 종이 다중우주 안 생태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조성할지 탐구했다. 레지던시 기간 다중 감각 식물로 구성된 혼성 정원에서 3D 스캐닝 및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 작업을 통해 가상 생명체들은 실제 생물의 감각을 얻게 된다. 가상 생명체가 현실 세계의 식물과 상호작용한 환경을 관객들은 몰입해 체험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멀티미디어 조각 및 퍼포먼스 작가 사이언 동주는 설치작 ‘잊혀질 권리’로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기억과 친밀감의 변화하는 특성을 체험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모든 식사 장면을 재생해서 볼 수 있고 사소한 행동이나 몸짓을 분석해 향후 대화를 최적화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변환된다.
이 같은 기술적 정보 보존은 기억을 경험하는 인간의 유기적 방식과 상반되지만 관리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또 망각이라는 인간적 ‘결함’을 극복하고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책임을 기계에 미루면 벌어질 미래를 상상케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은 관람 후 모든 것을 기억할 권리가 있는 고안된 세계 속에서 인간의 망각 능력이 컴퓨터의 저장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임을 고찰하게 될 것이다.
홍콩의 카치 찬과 팻 윙샨 웡이 설립한 작가 집단 ‘스페이스 앤드’는 ‘안녕, 월드 홈!’을 발표했다. 이 작업은 챗GPT의 공동창립자 새뮤얼 올트먼이 공동설립한 아트테크계 공룡 ‘월드 아이디(World ID)’에서 영감을 얻어 생물학적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두 개체만을 인정하는 미래를 그린다.
디지털 개체를 통해 소비주의와 상업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1980년대는 서구의 좀비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묘사로 소비자본주의를 낳은 기술 발전 과정에 만연한 소비주의를 은유적으로 투영했다.
미국의 작가 레이 엘시는 ‘미래를 위한, 미래의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조우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당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재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해석을 바꾸고 진실을 은밀히 수정한다.
스페인과 브라질 국적의 루이자 크로스만과 에두아르도 카스티요가 올해 설립한 ‘스카이스코어스’는 인공지능 가상예측기술 멀티미디어 설치작 ‘기후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지구의 대기상태와 날씨파생상품 가격에 기초한 전 세계적인 투기 금융 활동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상상의 외계 생물군계를 오디오 비주얼로 연출한 메조코즘의 ‘테라 플렉타’, 프랑스 조빈과 마르쿠스 헤크만의 퍼포먼스 작품 ‘얽힘’, 하카손의 쇼케이스 작품 ‘크립 바디’ 등이 이날 함께 소개됐다.
이날 공개된 출품작을 모두 관람한 이강현 ACC 전당장은 “‘신피지카’를 체험할 때 인간의 입장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보게 됐다. ‘나무가 돼 느끼는 대기의 질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며 “ACC는 앞으로도 융복합 창·제작 플랫폼으로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오픈스튜디오의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현장에서 선착순 모집하며, 워크숍 참가자만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사전에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창·제작스튜디오에서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결과물들을 발표하는 언론공개회가 개최됐다.
9회째를 맞은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의 올해 주제는 인공지능·인간·다중우주로 과학기술과 예술, 자연 간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지난 4개월간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브라질 등 총 8개국 8팀 12명이 작업한 결과물이 22~27일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강현 ACC 전당장이 21일 ACC 문화창조원 창·제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언론공개회에서 쇼케이스 작품 ‘안녕, 월드 홈!’을 체험하고 있다. 박찬 기자 |
일본의 예술 기획자이자 사회적 조각가인 류타 아오키는 ‘시뮬레이션된 합의’라는 작품으로 AI와의 협업을 통해 여론 조작의 잠재적 위험을 조명한다. 우리가 의존하는 집단 의사결정 기술에 많은 결함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파고들어 ‘인류가 앞으로 여론을 온전히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만의 치아오치 추와 요우양 후가 지난 2018년 설립한 ‘신피지카’는 ‘인공지능-크리처-멀티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의 생물 종이 다중우주 안 생태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조성할지 탐구했다. 레지던시 기간 다중 감각 식물로 구성된 혼성 정원에서 3D 스캐닝 및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 작업을 통해 가상 생명체들은 실제 생물의 감각을 얻게 된다. 가상 생명체가 현실 세계의 식물과 상호작용한 환경을 관객들은 몰입해 체험할 수 있다.
사이언 동주가 21일 ACC 문화창조원 창·제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언론공개회에서 본인의 설치작 ‘잊혀질 권리’를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이 같은 기술적 정보 보존은 기억을 경험하는 인간의 유기적 방식과 상반되지만 관리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또 망각이라는 인간적 ‘결함’을 극복하고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책임을 기계에 미루면 벌어질 미래를 상상케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은 관람 후 모든 것을 기억할 권리가 있는 고안된 세계 속에서 인간의 망각 능력이 컴퓨터의 저장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임을 고찰하게 될 것이다.
홍콩의 카치 찬과 팻 윙샨 웡이 설립한 작가 집단 ‘스페이스 앤드’는 ‘안녕, 월드 홈!’을 발표했다. 이 작업은 챗GPT의 공동창립자 새뮤얼 올트먼이 공동설립한 아트테크계 공룡 ‘월드 아이디(World ID)’에서 영감을 얻어 생물학적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두 개체만을 인정하는 미래를 그린다.
디지털 개체를 통해 소비주의와 상업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1980년대는 서구의 좀비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묘사로 소비자본주의를 낳은 기술 발전 과정에 만연한 소비주의를 은유적으로 투영했다.
미국의 작가 레이 엘시는 ‘미래를 위한, 미래의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조우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당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재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해석을 바꾸고 진실을 은밀히 수정한다.
스페인과 브라질 국적의 루이자 크로스만과 에두아르도 카스티요가 올해 설립한 ‘스카이스코어스’는 인공지능 가상예측기술 멀티미디어 설치작 ‘기후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지구의 대기상태와 날씨파생상품 가격에 기초한 전 세계적인 투기 금융 활동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스카이스코어스’의 인공지능 가상예측기술 멀티미디어 설치작 ‘기후 프리미엄’. 박찬 기자 |
이날 공개된 출품작을 모두 관람한 이강현 ACC 전당장은 “‘신피지카’를 체험할 때 인간의 입장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보게 됐다. ‘나무가 돼 느끼는 대기의 질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며 “ACC는 앞으로도 융복합 창·제작 플랫폼으로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오픈스튜디오의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현장에서 선착순 모집하며, 워크숍 참가자만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사전에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