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김치의 내일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11. 21(목) 17:14
이용환 논설실장
“맛은 엄마의 추억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그래서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2010년 제작된 영화 ‘식객 김치전쟁’은 김치를 주제로 한 엄마에 대한 영화다. 식객의 두 주인공 성찬과 장은. 이 시대 마지막 어머니의 손 맛이 담긴 ‘춘양각’을 놓고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는 이들에게 ‘진짜 싸움’은 자신의 과거와 엄마,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123가지의 김치 요리도 결국 엄마로 연결된다. “겨울철 언 땅에 묻어놓은 김장김치의 맛, 1년 365일 먹으면서 한국인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잡은 ‘엄마의 손맛’에 대한 추억을 되찾고 싶었다.”는 게 영화를 제작한 김수진 감독의 설명이다.

“‘김치’는 ‘빅맥’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상대적 개념이다.” 지난 2006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김치지수’를 내놨다. 미국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 가격을 기준 삼아 세계 물가를 비교하는 ‘빅맥지수’를 대신해 김치찌개 가격으로 각 나라의 통화가치와 물가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서울에서 4~5달러에 불과하던 당시 김치찌개 1인분 가격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34.20달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26.32달러로 조사됐다. ‘먹을수록 새록새록 깊은 맛’,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공동체 문화’라는 외신의 평가도 이어졌다.

김치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나기의 필수품 이었다. 지금도 한국인들에게 김치는 없어서는 안될 식품이다. 항균부터 장 건강 개선, 항염증 등 효능도 뛰어나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한 잡지가 그리스 요거트와 스페인 올리브유, 인도 렌틸 등과 함께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미국 영양 전문 잡지는 2023년 영양학자 등 7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치를 올해의 슈퍼푸드 1위에 올리기도 했다. 유산균이 발효되면서 의학과 영양학적으로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이유였다.

22일은 식품에서 최초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김치의 날’이다. 김치와 김장은 지난 201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K-컬처를 대표하는 K-푸드의 아이콘이 됐다.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등에서도 김치의 날을 지정해 김치 먹기를 권하고 있다. 김치의 날에 담긴 숫자는 김치의 재료 하나(1) 하나(1)가 모여(11월) 면역 증가, 항산화, 항비만, 항암 등 22가지(22일)의 효능이 있다는 걸 상징한다. 재료와 자연, 가족과 이웃간의 어울림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4번째 맞는 김치의 날, ‘저렴한 건강보험’이라는 외신의 평가처럼 슈퍼푸드 1위에 오른 김치의 내일을 응원한다. 이용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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