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착한가격업소 ‘찔끔 지원’…고물가에 생존 위기
광주 333곳·전남 570곳 등 운영
연간 지원금 85만~100만원 불과
“식재료·인건비 인상에 적자 지속”
“예산 확대·체계적 지원 등 절실”
입력 : 2025. 05. 20(화) 17:44
광주·전남지역 착한가격업소가 물품 지원 등에도 고물가에 적자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의 한 착한가격업소. 김양배 기자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만큼은 전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올해는 정말 버티기가 힘듭니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70)씨는 7~8가지 밑반찬에 제육볶음, 등갈비김치찜 등 매일 다른 메인 메뉴를 제공하는 ‘백반 한상’을 단돈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보기 드문 착한 가격 덕분에 식당 주변 근로자들은 물론, 정성 가득한 한끼를 챙겨 먹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같은 메뉴를 파는 인근 가게보다 3000원 이상 저렴한 데다가 30년 동안 착한 가격을 유지해 온 덕에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착한가격업소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로, 주변 업소와 비교해 △가격 △청결 △서비스 면에서 우수한 업소를 말한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인근 상권 기준 평균 가격 미만의 품목을 제공하고 가격 안정을 위해 1년 미만 평균 가격 이하 운영(재지정 시)해야 하며, 위생·청결 기준(수세·배수시설 청결도 등), 공공성 기준(지역화폐 가맹점, 지역사회 공헌도 등)을 통과해야 한다.

착한가격업소는 지역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음식 가격은 그대로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치지만 식자재비, 공공요금, 인건비 등 가게 운영 비용은 계속해서 늘고 있어서다. 정국 불안 등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업주 김씨는 “시장에서 직접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해와 반찬을 만드는 등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있었는데, 작년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빚을 메꾸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힘들고 배고픈 이웃들에게 든든한 밥 한 끼를 대접하자는 마음으로 30년 가까이 착한 가격을 유지해 왔다. ‘늘 감사하다’, ‘잘 먹고 간다’며 따뜻한 말을 남기고 가는 손님들, ‘6000원 받고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느냐’며 추가 결제를 하는 손님 등 가족 같은 이들을 보며 버티고 있지만 올해는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서비스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착한가격업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아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기존의 착한가격업소 혜택으로는 나날이 상승하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20일 광주광역시·전라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광주지역 착한가격업소는 △2022년 196개소 △2023년 226개소 △2024년 333개소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4월 말 기준 전남지역 착한가격업소는 570개소로, 광주와 마찬가지로 △2022년 368개소 △2023년 368개소 △2024년 548개소 등으로 늘고 있다.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업체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각 지자체로부터 공공요금(상·하수도, 도시가스, 전기 등), 필요 물품(기자재, 소모품 등), 업소 인증 표찰 및 홍보 물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올해 착한가격업소 관련 사업비는 약 3억5000만원으로, 업소당 연간 평균 1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 이는 지난해(약 2억3000만원)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금액으로, 국비(5700만원→9200만원)가 늘면서 시비(1억3000만원→2억1000만원)도 확대됐다. 전라남도는 업소당 85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및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존 지원책으로는 업소가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민경제 활성화와 지역 물가 안정의 기점이 되는 착한가격업소가 결국 가격 인상을 선택하게 되면 ‘착한 가격’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 등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서 착한가격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고물가 장기화에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와중에 공공요금 등 가게 운영 비용은 끊임없이 올라 현상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자체가 착한가격업소에 제공하는 혜택은 물론 도움이 되지만, 연간 100만원 상당의 지원으로는 착한가격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운영 비용 지원 및 홍보 강화 등의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업소 지정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지역 착한가격업소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폐업, 업종 변경, 착한가격 품목 판매 중단 등으로 인해 지정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며 “착한가격업소 역할이 중요한 만큼 사업비를 증액해 혜택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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