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대응 한계…"국가 차원 전담 기구 세워야"
中쇼핑몰서 '전두환 티셔츠' 판매
'오월광주' 유혈진압 후 사진 담겨
국내언론·SNS 등서도 지속 반복돼
당사자 "강력한 처벌·제도 마련을"
‘감시·고발’ 통합 수행할 조직 필요
입력 : 2025. 05. 20(화) 18:20
타오바오에서 판매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새겨진 반팔 티셔츠. 타오바오 캡처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일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전두환씨 얼굴이 새겨진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일부 극우 성향 매체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허위 보도하는 등, 국내외에서 5·18을 향한 모욕과 폄훼가 잇따르면서 보다 강력한 법적·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전담 대응 기구의 설립과 함께 예산 및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5·18 관련 단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왜곡 행위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현실에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0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리바바(중국 IT그룹)의 대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서 전두환의 얼굴이 담긴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반팔 티셔츠, 긴팔 후드, 가방 등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로고를 패러디한 ‘사우스 페이스’ 문구와 함께 전두환의 얼굴을 넣은 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뒤 대통령에 취임했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관련 상품의 즉각적인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도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에서 동일한 디자인의 가방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싱가포르에 판매점을 둔 사업자는 해당 가방을 ‘창의적인 캔버스 백’으로 소개하며 약 1만5000원의 가격에 판매했고, 5·18기념재단은 즉각 공문을 발송해 해당 가방의 판매 금지와 관련 규정 점검을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광주시민 학살을 자행한 전씨를 미화하거나 5·18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는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뿐 아니라 국내 언론과 SNS,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5·18 북한 개입설’을 담은 특별판 신문을 배포했다. 이 매체는 오월 단체와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직면했고, 결국 지난 16일 자 신문 1면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본지는 그동안 5·18 북한 개입설 등을 보도하며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5·18 45주년을 맞아 광주민주항쟁이 시민폭동이 아닌 시민의거임을 인정한다.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았지만, 이 같은 왜곡과 폄훼 행위가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국가 차원의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당사자와 유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27 전남도청 최후 항쟁자 이양현(75)씨는 “그날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이 있는데도, 여전히 왜곡된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은 물론, 5·18 정신을 헌법에 명시해 국민과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속에서 천불이 나는 심정이다. 5·18왜곡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며 “지속적인 감시와 제보, 한층 강화된 법안 마련을 통해 왜곡·폄훼 행위를 엄벌하고, 경각심을 심어야 한다.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기념재단에는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5·18 왜곡 제보가 370여건 접수됐다. 재단은 시민 서포터즈인 ‘오월메이트’ 등 다양한 제보·대응 창구를 운영하는 동시에, AI모니터링을 통해 왜곡·폄훼 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한 광주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소속 변호사 등과 협력해, 사안에 따라 게시글 삭제 요청부터 강력한 법적 조치까지 단계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타오바오 등 해외 플랫폼의 5·18 희화화 행위에 대한 대응책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며 “엄정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 오월정신 훼손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왜곡 콘텐츠가 확산되기 전에 신속히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상시 감시 체계와 법률 검토 및 삭제 요청, 고발 조치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AI 기반 모니터링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기술적·외교적 역량을 갖춘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과 전문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홍현수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은 “일회성 대응이나 사후 처벌만으로는 반복되는 왜곡을 막을 수 없다”며 “상설 기구를 중심으로 신속 수사 및 응분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제도적 장치와 실행력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518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