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인문학>종교와 검은색의 관계
(272) 검은색과 시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입력 : 2024. 11. 20(수) 17:09
클립아트코리아
●색채와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

중세에는 사람의 기질을 4가지 색으로 구별했는데, 검은색은 우울한 멜랑콜리이다.

검은색은 1517년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년)가 95개 조 반박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종교개혁에서 나온 부르주아 계급의 공식적인 색으로 표현됐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초상화 및 풍속 화가인 할스(Hals)와 루벤스가 사망한 후, 17세기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화가인 반 다이크(van Dyek)의 초상화에는 검은색 옷과 다른 2가지 색감을 보여줌으로써 부르주아 계급을 생각한 2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다.

르네상스 시대에 프랑스 궁정의 귀부인들은 검은색 얼굴을 하고 다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욕망을 발산하는 야외생활과 여러 가지 스포츠 그리고 게임을 즐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냥은 귀족들의 스포츠로서 가장 널리 행해졌으며, 왕족들은 사냥할 때 사랑하는 여인을 동반했기 때문에 그 여성의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서 까맣게 변했다.



●색채와 종교

원래 연금술은 ‘검은 예술’이다. ‘연금술(alchemie)’의 ‘chemi’는 아랍어로 검정을 뜻한다. 검은 마법(black magic)은 악마의 힘을 불러낸다. 검은 미사는 악의 도움을 믿고 기원했던 자들이 올렸던 숭배의식이다.

서양의 교회는 종교의식을 위해 의상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검정은 보라와 함께 최고의 슬픔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 색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의하면, 검은색 옷은 죽음의 슬픔과 무덤 속의 어두움을 상징하고, 검은색 문장은 슬픔과 회개를 의미한다. 가톨릭교회의 색채 규정에 따르면, 일반 사제는 검은색 옷을 입는다.

서기 1000년경 수도회의 색이 확정됐는데, 검정은 약간의 사치를 허용하는 수도회의 색이 됐다. 검은색 옷은 사람의 개성을 얼굴에 집중시킨다. 개신교와 루터는 검은색 옷이 개인의 책임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선전했다.

기독교에서 검은색은 죽음에 대한 슬픔을 상징하지만, 하얀색은 부활을 상징한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사람은 검은색 상복을 입지만 죽은 자에게는 부활을 위해 하얀색 수의를 입힌다. 죄인을 데려가기 위해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는 검은 외투를 두르고 있지만, 신이 보낸 죽음은 하얀 옷을 입고 있다.

오늘날까지 검정은 기독교 성직자들이 입는 의복의 기본색이 됐으며, 그 이유는 수도회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검정은 기독교 미술에서 사탄의 악마성과 그것에 대항하는 처절한 투쟁뿐만 아니라 슬픔을 표현하는 색이기도 하다. 광야의 시련(The Temptation)을 나타낸 그림은 예수가 입은 검은색 옷을 유혹하는 사탄의 감추어진 책략을 상징한다. 악마의 작품으로 불리는 위치크래프트(witchcraft)는 블랙아트(black art)로 알려져 있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에서는 자주색과 갈색 그리고 검은색의 어두운 계통에 속하는 색을 사용한다.

소서러(Sorcerer)라는 색은 마법의 사용과 마술사를 이미지화한 검정이다. 종교상에서 마술사는 악의 아버지, 악의 창조신을 의미하며,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다. 마술사는 검은 마술, 검은 고양이로 마법에 관련된 검은 색의 나쁜 이미지만이 상징되고 있다. 예부터 검정은 희망과 겸허를 암시하는 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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