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150분 천하’로 끝난 45년만의 계엄…빨라진 탄핵시계
윤 대통령 심야 긴급담화 생중계 통해 전격 선포
국회의원 190명 국회 진입해 해제 결의안 ‘가결’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 등 불법 계엄 정황
광주·전남 비롯 전국 곳곳 탄핵집회·시국선언
야 6당, 오늘 본회의 열어 尹 탄핵소추안 보고
야 6당, 오늘 본회의 열어 尹 탄핵소추안 보고
입력 : 2024. 12. 04(수) 18:26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당 대표 및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45년만의 비상계엄은 생각보다 허술한데다 급했다. 반면 국민과 국회의원들은 놀란 와중에도 침착하게 이를 무력화 시켰다. 최정예 특수부대가 국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국회 소속 직원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냈고 시민들도 국회로 몰려나가 군인들을 상대로 맨몸으로 저항했다. 그 사이 담을 넘어 들어온 국회의원 190명은 계엄을 무효화 시켰다.

모두 15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불법적인 비상 계엄 선언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구르고 있다.

4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용민 민주당·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형법상 내란미수’ 등의 탄핵 사유가 적힌 윤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이번 탄핵은 전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 계엄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담화 생중계를 시작했다. 그 어떤 안내도 없이 이뤄진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유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저는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45년만의 비상계엄은 그렇게 단 6분만에 선포됐다.

그러나 기습적인 선포에 비해 과정은 너무 허술했다. 계엄군은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 했지만, 이미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보좌관 등은 계엄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특수부대 역시 과한 제압을 하지는 않았다.

국회에 모인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지체없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만장일치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헌법 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계엄법 11조 1항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면 대통령은 곧바로 해제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수시간이 지난 오전 4시30분께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전날 오후 10시30분께 선포한 비상계엄 체제는 6시간 만에 완전히 끝났다.

이번 계엄은 불법적인 정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오로지 군사 병력으로서만 치안 유지가 가능한 비상사태에 준해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런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또 계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 헌법기관으로서 역할과 활동, 입법활동은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이번 계엄에서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라는 불법 조항이 명시돼 있다.

종합하면 계엄 선포 상황이 아닌 시점에서의 비상계엄이기 때문에 ‘국가내란죄’의 정황이 있고 계엄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

국민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이어 분노를 표출했다. 계엄 선포 당시부터 국회 앞으로 몰려들었고, 전국적으로 탄핵집회가 열렸다. 날이 밝으면서 이는 더욱 확대됐다. 전국 각지에서는 시국선언이 터져나왔다.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고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동참해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강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쿠데타’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날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해 “1980년 5월의 아픔을 기억하고 경험하고 배운 광주는 (비상계엄) 상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치권도 일부 여권 인사를 제외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 왔다”면서 “헌정을 유린한 윤 대통령은 즉각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이제부터는 실패한 불법 비상계엄의 댓가를 지불해야 할 시간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보고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오는 6~7일께 탄핵안 처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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