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으로 일선 학교 등 교육기관 인근 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됐으나, 단속과 과태료 부과 실적이 저조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단속 면적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역만 확대됐을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17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제6항 개정안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근 금연구역을 기존 10ｍ에서 30ｍ로 확대했다. 간접흡연으로부터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취지로 통학로 등 일부 구역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던 초·중·고교 등 학교시설 역시 경계로부터 30ｍ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데 따른 조처다. 광주·전남에서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교육시설은 △광주 1437개소 △전남 2209개소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광주·전남 시내 학교시설 인근에서는 흡연이 끊이지 않아 개정안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광주 시내 교육시설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정문 주변과 학교 주변 화단·배수구 등에서 손쉽게 담배꽁초를 찾을수 있었다. 일부 구역에서는 아예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흡연을 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특히 이런 흡연 장면을 자녀들의 등교길에 목격한 학부모들은 “금연구역 확대를 한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박모(43)씨는 “금연구역 확대 소식을 듣고 적어도 학교 근방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면서 “통학로 앞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있어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연구역 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단속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금연구역 확대 이후 교육기관 인근에서 과태료가 부과된 실적은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1건씩 총 2건, 20만 원에 불과했다. 주의 및 지도 횟수 역시 광주 55건, 전남 1건에 그쳤다. 법적 금연구역 범위는 확대됐지만,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니 누구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력 부족이라는 지자체의 만성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속 범위는 확대됐지만, 인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담당인력 한명 당 소화해야 할 구역이 너무 광범위하다. 당연히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수 밖에 없다.

현재 광주는 단속 인력 39명, 전남은 98명으로 이들이 관내 학교 주변을 포함한 모든 금연구역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시설만 단속한다고 가정해도 한사람 당 많게는 37개 학교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제대로 된 법 정착은 기대하기 힘들다.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내 7000여곳의 금연구역이 있지만, 일선에서 금연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10명이 채 되지 않고, 과태료 부과를 위해서는 현장적발이 돼야 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SNS와 현장 홍보 등을 통해 금연 예방 문화를 확산하는 동시에 교육시설 인근과 민원 주요 발생지 위주의 현장 단속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성인 흡연율은 광주 18.4%, 전남은 19.4%로 전국 평균인 17.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