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22>우슈토베의 고려인들
입력 : 2024. 09. 19(목) 10:43
우슈토베의 고려인들.
1937년이니까 우리 한민족 고난의 시절이다.

지도층의 무능과 앞다투어 나서는 매국노들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어디에 있든 그 삶이 고단했다.

민심을 내팽개친 관리들과 일제의 폭압을 피해 스스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곳이 바로 조상의 얼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간도 지방과 대륙의 곳곳이었다.



연해주의 원동 일대에서 살아가던 그들을 ‘고려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스탈린의 갑작스러운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멀고도 먼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내팽개쳐졌다.

추위가 밀려오기 시작하는 10월에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카자흐스탄의 ‘바스토베’다.



숟가락으로 토굴을 파고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오기로 버텼다.

물론 많은 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들을 묻은 묘지가 지금껏 그 자리에 남아있다.

살아남은 자들 또한 다른 곳으로 옮겨 간 후에도

죽어서는 그 자리로 돌아왔다.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곳 고려인들의 공동묘지가 되어

현지어와 어설픈 한글이 함께하는 묘비가 잡초 속에 묻혀

망국의 한을 되새기게 한다.



강제 이주 열차의 종착역이었던 ‘우슈토베’의 바자르(시장)에서

고려인 여인네들을 만났다.

초기 이주민들의 눈물로 이어 온 후세들이다.

겨우 몇 마디 외에는 우리말을 못 하지만

서로 반가운 마음은 전할 수 있었다.

한 뿌리의 이웃집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힘없는 조국이 지켜주지 못했지만,

오늘 그들은 해맑은 웃음이다.

저 먼 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에 동포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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