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어느 순례자의 기도문
흙이라면 바람이라면
지형원 | 쿰란 | 1만2000원
입력 : 2024. 09. 12(목) 16:51
책 ‘흙이라면 바람이라면’
언론인으로 광주무등교회를 섬겨온 지형원 장로가 기도집 ‘흙이라면 바람이라면’을 출간했다. 표제인 ‘흙이라면 바람이라면’는 하나님이 흙이라면 그 속에서 움트는 새싹이 되고, 하나님이 바람이라면 바람과 함께 나뒹구는 낙엽이 되고자 한 바람을 담은 뜻이다.

이 기도집은 1부 ‘기도의 시’, 2부 ‘하나님 나라의 비밀번호’, 3부 ‘특별한 날의 기도’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실린 80여 편의 기도문은 지형원 장로가 10여 년 동안 장로로 시무하면서 썼던 대표기도문과 특별날의 기도문을 묶은 것이다.

1부 수록작 ‘무등교회 청소부 또는 우체부’에서 그는 ‘내 나이 일흔살 즈음에는 무등교회 청소부, 또는 이 근방을 담당하는 우체부가 되고 싶다 / 광주시 서구 매월동 310번지 매화꽃잎에 달빛이 고이고 / 교회당 십자가 탑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내려서 앉는 / 무등교회, 아니 우리교회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뜨락을 쓰는 청소부가 되고 싶다’고 썼다. 또 ‘빈배’라는 시에서 ‘주님, 앞으로의 삶은 / 빈배를 저으며 나아가려 합니다 / 사람들은 만선의 귀항만을 원하지만 만선의 배에는 주님 계실 자리가 없으니 / 빈배로 / 빈배로 돌아오다가/ 언제 어디서든 멈춰서 주님을 테워드리려 합니다’라고 고백한다.

2부 수록작 ‘하나님 나라의 비밀번호’에서는 ‘내가 사는 집도 비밀번호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고 내가 맡겨놓은 예금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찾을 수 없는 이 복잡한 현실에서 하나님이 알려주신 비밀번호는 절대로 잊지말자’고 호소한다. 이 밖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은혜’ ‘ 연결과 접촉’ ‘눈물행전’ ‘영적수혈’ ‘미래의 이력서’ 등 일상생활에서 느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축간사를 쓴 분당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지형원 장로의 기도문은 지금까지 출간된 기도문과 사뭇 다르다”며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산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일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남께 귀엣말로 속삭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형원 장로는 광주일보 문화부장과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전라도문화포털 ‘문화通’ 발행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 회장 등을 지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