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르네상스 시대로 여행”…광주 인문학 열풍
광주·전남 사진작가 ‘포럼디세뇨’
매주 목요일 미술사 강좌 진행
동구 동명동 사진공방 ‘끼’에서
박일구 대표 직접 계획안 구성
30명 정원에 50여명 모여 인기
입력 : 2023. 07. 02(일) 17:41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동명동에 있는 사진공방 ‘끼’에서 오픈강좌 ‘신이 내린 신나는 미술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가 매력인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르네상스 시대를 가장 대표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난달 29일 오후 7시에 찾은 동구 동명동의 한 사진공방. 광주시민 50여명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미술사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광주·전남 사진작가 모임인 ‘포럼디세뇨’의 오픈강좌 ‘신이 내린 신나는 미술사 이야기’ 현장이다.

이날 수업은 두 번째 강좌로 그림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림 속 여신 ‘비너스’의 실제 모델이 된 이는 누구였는지, 화가 보티첼리가 사랑한 여인은 누구였는지, 명화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실제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는 당대 피렌체에서 최고의 미인이었던 ‘시모네타’를 모델로 한다. 시모네타를 보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는 항상 남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고 한다. 비너스의 탄생뿐 아니라 시모네타를 모델로 한 그림이 여럿 될 만큼, 시모네타는 보티첼리의 뮤즈이자 유일한 사랑이었다.

오는 8월10일까지 총 8회 강좌로 구성된 ‘신이 내린 신나는 미술사 이야기’는 14세기~16세기 이탈리아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문화부흥운동 ‘르네상스’를 주제로 한다. 수강생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명화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한다. ‘이태리 미술’이 뭔지 몰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강좌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박일구 사진공방 ‘끼’ 대표가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동명동에 있는 사진공방 ‘끼’에서 오픈강좌 ‘신이 내린 신나는 미술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강의내용은 사진공방 ‘끼’의 주인장 박일구 대표가 직접 구성한 것이다. 강의도 직접 나선다. 역사를 전공한 박 대표는 대학 졸업논문 주제를 ‘르네상스 미술’로 정할 만큼 미술에 관심이 많아 ‘길 위의 미술사 교수’로 통한다.

박 대표는 “그동안 종교적 그림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다르게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의 삶이나 욕망이 그림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근대화의 사상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미술뿐 아니라 영상, 사진 등 여러 예술 분야의 시작이 르네상스라 말할 수 있다. 르네상스 예술에 대한 지식을 다른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강의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생을 모집할 때만 하더라도 정원 30명을 예상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50여명의 광주시민들이 모였다. 그야말로 광주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수강생 이지연(55) 씨는 “평소 미술사에 관해 공부하고 싶었는데. 쉽게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마침 사진공방에서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술사 강의 열려 참여하게 됐다”며 “이탈리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일주일 한번 광주에서 이태리 미술을 접할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수강생 조형우(39) 씨는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강의를 이해할 수 있어 좋다”며 “퇴근 후 자기 계발 시간을 갖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이 내린 신나는 미술사 이야기’ 강좌는 광주문화재단의 생활문화예술활동 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된다. 강좌는 오는 8월 10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사진공방 '끼'에서 진행되며 △3강 ‘페츄라르카’의 빛나는 소네트 △4강 신이 내린 그 사람 ‘미켈란젤로’ △5강 리나시멘토 최고의 아침 막장 드라마 △6강 칸쵸네 그 낭만과 로맨스 그리고 오페라 △7강 스프레차투라를 넘은 그라치아의 화가 △8강 인문학 열풍 시대의 르네상스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시간 등이 예정돼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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