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잃어버린 마음의 풍경 회복하는 일"
ACC, '이이남 작가와의 대화' 현장
전문가 5명·시민 100여명 객석 메워
AI 시대, 스몰데이터·예술 융합 사례
"개별 작품보다 '하나의 흐름'에 초점"
입력 : 2025. 07. 02(수) 18:13
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이이남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박찬 기자
이이남 작가. 박찬 기자
“바쁜 일상 속 기술에 의해 잊히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하는 예술은 ‘잃어버린 마음의 풍경’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2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며 객석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관람객과 만났다. 이번 좌담은 지난 4월부터 ACC 복합전시 5관에서 진행 중인 ‘ACC 지역작가 초대전 - 이이남의 산수극장’의 연계 행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 작가를 비롯해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유현준 건축가, 이대형 독립큐레이터, 김허경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센터장 등 전문가 5인이 참여해 ‘기술과 예술의 경계’라는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이남의 산수극장’은 전통 회화와 고전 텍스트, 디지털 영상, 입체 구조물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전시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특히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정서와 화풍을 현대적 영상 언어로 재해석해 ‘과거의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 작가는 “산수화 속 풍경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같다.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이 잃어버린 감정과 기억을 복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현준 교수는 “변화가 빠를수록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이남의 작업은 전통 산수화의 2차원적 한계를 시간과 공간의 감각으로 확장시켰다”고 평했다. 이태호 교수도 “그의 작업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경관이 아닌 마음속 진경을 포착한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부합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호 관장은 “이이남의 전시는 미술관을 감상 중심의 공간이 아닌 관객과 함께 완성되는 공감의 장으로 확장시켰다”며 “지역성과 세계성을 모두 담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의 예술세계는 AI가 구현하기 어려운 인간의 기억과 감정, 즉 ‘스몰데이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대형 큐레이터는 “이이남의 전시는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잊혀진 감각을 깨운다”며 “이는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김허경 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광주 미디어 아트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지역 창작자와 국제적 협업 모델이 조화를 이룬 전시”라고 평가했다.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존 전시와 차별점을 어디에 두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작가는 “개별 작품이 아닌 전시 전체의 흐름에 집중했다”며 “스토리텔링과 감정적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이남의 산수극장’ 전시는 오는 6일까지 ACC 복합전시 5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ACC 누리집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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