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심 잃지 않는 희망의 신문 약속할 것”
오늘 전남일보 지령 1만 호
입력 : 2024. 05. 20(월) 16:37
전남일보가 21일로 지령 1만 호를 맞았다. 지난 1989년 첫 창간호를 낸 지 35년 4개월여 만이다. 공간은 그 자리에 그대로지만, 어느 덧 한 세대가 흐르고 바뀌어 버린 시간과 환경, 의식의 변화가 무상하다.

1989년 1월 7일, 전남일보 ‘창간사’의 주제는 ‘민주와 진실, 지방시대’였다. 독자를 향한 다짐도 ‘우리 모두의 귀, 우리 모두의 눈, 우리 모두의 입, 우리 모두의 숨결이 되어 정의의 이 땅에 2000년 대의 희망으로 태어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목표로 삼았던 2000년대의 한 가운데 선 지금, 다시 한번 창간의 뜻을 되새기며 그동안 힘이 되어준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전남일보는 조선내화 창업주인 故 성옥 이훈동 회장과 전남일보의 주춧돌을 놓은 故 승정 이정일 회장이 천명한 ‘민주주의 구현, 진실보도 실천, 지역개발 선도’라는 사시(社是) 아래 누구보다 공정하고 심도 있는 보도로 지역민과 함께 해 왔다고 자부한다. 신문다운 신문, 독자로부터 신뢰받는 신문, 진실을 진실되게 보도하는 용기 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소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광주·전남은 물론 국내·외의 수 많은 현안에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소외된 이웃의 벗이 되는 신문, 환경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신문이 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전남일보가 쓴 1만 호의 역사야 말로 이훈동 회장이 창간사에서 언급한 ‘진실하고 정의로운 시대의 문을 열겠다’는 실천의 연속이었다.

짧은 시간 한국 언론사에 새로운 역사도 써 냈다. 당장 창간호의 1면 머릿기사처럼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전남일보의 잇따른 특종은 그동안 숨겨졌던 5·18의 정신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기자들의 노력과 고민이 만들어낸 수많은 특종들도 지역과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됐다. 수도권과 영남권 중심의 불균형 개발정책에 맞서 ‘지역개발’에 대한 여론을 공론화시키고,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농·어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기획도 전남일보의 자랑이었다. 여기에 영산강부터 무등산과 광주천, 서남해안 바다까지 광주·전남에 산재한 자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시리즈는 환경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과 기후변화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언론의 공 기능을 강화하는 ‘공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언론의 새로운 지평도 열었다. 올해까지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된 것도 전남일보의 모든 경쟁력을 상징한다. 전남일보의 지난 35년이 단순한 전남일보의 역사를 넘어, 80년대 이후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성장해 온 광주와 전남,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땀과 눈물, 아픔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긴 지역의 역사이면서 백서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는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남일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고 자란 ‘MZ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면서 변혁을 주도하는 세대로 성장했다. 이제 전남일보도 이들과 함께 디지털 시대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변화를 주도해 갈 것을 약속한다. 미래학자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 종이 신문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 인터넷과 모바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플랫폼을 다양화시켜 뉴 미디어 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로의 전환을 넘어 ‘디지털을 통한 성장’에 있다.

우리는 1989년 1호 창간사에서 ‘민주적 삶을 추구하고, 권위주의와 독단을 배격하면서 보편성을 존중하겠다’고 천명했다. 35년 여 전 전남일보가 추구했던 가치도 ‘날선 비판과 선한 영향력’이었다. 어느 덧 1만 호를 맞는 지금, 당시의 꿈과 목표를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고, 그 사실의 뒷 편에 담긴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초심을 되새긴다.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세계화에 대응해, 미래 우리 앞에 펼쳐질 더 큰 세상을 준비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기후위기부터 양극화 해소, 생태계 보존 , 평화까지 인류를 위한 더 큰 가치도 실현해 가겠다.

지령 1만 호라는 짧지 않은 시간, 애정 어린 질책과 관심을 잃지 않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전남일보도 창간의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콘텐츠, 따뜻한 사랑과 희망이 담긴 신문을 약속한다. 오늘의 지령 1만 호라는 전남일보의 작은 발걸음이 앞으로 다가올 지령 2만 호를 넘어, 10만 호까지 이어지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설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