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우>자원에 두 번째 삶 선사 순환자원 인정제도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
입력 : 2025. 07. 15(화) 17:10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처장
우리는 오랫동안 ‘사용 후 폐기’라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편리함의 대가는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사용하는 천연자원의 총량은 지난 50년간 3배이상 증가했다.

1970년대 300억톤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920억톤에 달했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1900억톤으로 종전보다 두 배 이상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지구가 그만큼의 자원을 영원히 제공할 수 없으며 오히려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의 기술적 한계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과도 직면하고 있다.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위기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자원을 ‘다시 쓰는’ 문화, ‘버려지는 것이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되는 순환경제로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있다.

순환자원 인정제도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폐기물을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폐기물 중에서도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질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를 받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폐기물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는 정책인 것.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커피찌꺼기(커피박)이다. 한때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되던 커피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후, 가축의 안락한 바닥재로 사용되거나 화장품 원료 등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이렇게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 재활용 및 유상거래가 가능해져 기업과 사회가 함께 경제적·환경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왕겨·쌀겨, 폐지, 폐유리, 고철 등의 폐자원에 대해 현재까지 총 84건의 순환자원을 인정해 영농조합법인이나 기업체 등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월 시행된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는 우리 사회 저변에 자원의 순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폐지, 고철, 폐금속캔, 전기차 폐배터리 등 7종의 품목은 별도의 신청 없이도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순환자원정보센터에 관련 정보를 등록한 후 순환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산업계에서는 처리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자원 수요자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순환경제의 확산은 자원의 단조로운 재활용 수준을 뛰어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순환자원 인정제도의 최신 동향과 현장 컨설팅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버리는 사회’에 머물 수 없다. 자원의 시작과 끝을 잇는 선순환의 고리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하며 순환이 일상이 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사회. 이러한 지향점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과 국민의 관심, 실천, 그리고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자원에 두 번째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곧 지구에 미래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 영겁의 세월이 지나도 이 지구가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기를 진정 바란다면 우리 모두의 선택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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