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CEO·명현관>해남, 마한의 시간 위에 미래를 새기다
명현관 해남군수
입력 : 2025. 05. 29(목) 14:51
해남은 한반도의 남서단에 위치해 대륙과 해양이 맞닿는 교차점으로 오랜 세월 고대 문명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 기원후 4세기경까지 이 땅은 마한이라 불린 옛 나라의 일부였고, 그 중심이 해남이었습니다.

문명의 시계는 종종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고 이후 기원후 5세기 중후반까지 고대국가 백제의 일부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마한은 역사의 깊은 강 아래로 가라앉은 채, 그 실체마저 흐릿해져 갔습니다.

“마한(馬韓)의 역사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의 한(韓)이 지칭하듯이 우리 모두의 뿌리입니다.” 그렇기에 해남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마한역사문화 복원사업은 단지 발굴과 보존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는 일이며, 이 땅이 품은 시간의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첫 장을 조심스레 펼치는 중입니다.

이러한 마한의 유산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 성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남군 송지면 군곡리 패총 유적(사적)에서는 마한인의 생활양식과 생태환경, 국제해상교류문화를 복원하는데 핵심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진행된 9차 및 10차 발굴조사를 통해 600년 동안 단절 없는 마한의 패총(조개무덤)과 토기생산가마, 마을터, 그리고 중국, 한반도, 일본의 바다를 잇는 다량의 해상교역 유물들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남군은 이를 바탕으로 사적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여 동북아 역사 생태체험 공간으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군곡리 패총 유적 : 청동기(B.C. 3세기)~백제시대(A.D. 6세기)까지 생활, 생산, 장례, 교역, 의례 등이 복합된 중요유적으로 마한 전시기의 시대상을 파악 할 수 있는 전국 유일 사적



또한, 해남군 북일면 용일리 거칠마 유적과 방산리 독수리봉 고분군 또한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발굴을 통해 대규모 마한시기의 분묘군과 마한 전통의 특수성역공간 및 대외교류 유물들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과 2024년 현장설명회와 자문회의를 통해 전문가들은 해당 유적이 마한사 복원의 실증자료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습니다.

* 거칠마 유적 : 마한백제 이행기(移行期 / A.D. 5세기 후반)의 의례목적 특수성역공간으로 신성공간 구획담장과 출입시설이 확인된 전국 유일 유적

* 독수리봉 고분군 : 마한시기(A.D. 4세기 후반) 소국(小國) 재지수장(在地首長)의 집단 묘역으로 당시 해남 세력의 성격과 5~6세기대 외래(外來)무덤 출현 배경을 아는 중요유적



지난 5월,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이 해남을 방문해 2023년 공모사업에 선정된 현산면 일대 역사문화권 정비 선도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였습니다. 문화유산을 콘텐츠화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해남이 마한문화권의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순간이었습니다.

“잊힌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단순한 과거 복원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를 찾는 정체성의 여정입니다.”

해남군은 앞으로도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복원을 통해 마한역사문화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교육과 관광, 학술자원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국민 모두에게 역사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해남역사박물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단순한 문화재 보존을 넘어서 지역민의 자긍심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임할 것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나침반입니다. 해남군은 마한의 숨결 위에 새로운 해남의 미래를 정성껏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해남군민 여러분과 국민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테마칼럼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