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여성만의 전승문화, 광주서 만나다
●ACC 상설전시 '이달의 소장품: 미틸라 회화'
아시아문화박물관서 3월3일까지
남아시아 회화작·공예품 등 선봬
힌두 신화 주제로 자연·일상 표현
"성별 차이 극복해 내는 문화활동"
입력 : 2025. 01. 08(수) 17:08
ACC 문화정보원 아시아박물관에 마련된 ‘이달의 소장품: 미틸라 회화’ 전시. 박찬 기자
남아시아 지역 여성사이에서만 세대 전승으로 전해져 온 문화를 광주에서 접할수 있게 됐다.

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따르면 문화정보원 아시아박물관에서는 ‘이달의 소장품: 미틸라 회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틸라 회화는 네팔과 인도의 국경지대에 있었던 고대 미틸라(Mithila) 왕국의 수도 자낙푸르를 중심으로 여성에 의해 그려진 전통 회화다. 태양, 달과 같은 자연 요소와 물고기, 코끼리 등의 동식물, 사람들의 일상생활 등을 힌두 신화를 주제로 밝고 화려한 색상으로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미틸라 회화의 독특한 특성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에 의해 계승됐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집 외벽에 그리던 벽화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는 종이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일상용품으로 확장돼 현대적 주제도 다루며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미틸라 회화와 공예품을 소개하고 남아시아 여성들의 전통문화와 생활 방식을 엿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ACC는 지난 2017년 남아시아 문화 인류학을 전공하는 김경학 전남대 교수에 의뢰해 ‘아시아의 디자인- 남아시아 전통 의례예술 연구’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네팔 자낙푸르와 인도 마두바니 지역에서 조사·수집한 미틸라 회화 작품, 제작도구 세트 등 총 175점 중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달의 소장품: 미틸라 회화’ 전시에서 남아시아의 전통 회화와 공예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찬 기자
네팔은 1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다채로운 문화적 소재로 가득한 국가다.

그 중에서도 미틸라 회화는 지역의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특히 강조된 유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독특하고 희귀하다.

네팔 동남부의 자낙푸르와 인도 동북부 마두바니 지역, 즉 과거 미틸라 왕국의 영역에서 전해진 전통 의례예술로 역사의 계승이라는 점 역시 흥미를 자극한다.

이 지역의 마을 여성들은 큰 축제나 마을 행사가 열릴 때마다 집과 마을 벽에 신과 관련된 의례 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농사와 집안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이지만, 동시에 미틸라 회화를 이어가는 전승자들이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다시 딸로 이어지는 세대 전승을 통해 집의 흙벽에 삶의 풍경과 자연 숭배, 힌두교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왔다.

마을의 성인 여성 대부분이 기본적인 벽화를 그릴 수 있고 이 전통은 여성 간 세대 전승을 통해 이어진다. 현대에 들어 미틸라 회화는 캔버스에 그려지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Madhumala Mandal 작 ‘크리슈나와 그녀를 흠모하는 여인들’. 박찬 기자
Kamini Saha 작 ‘축제 준비’. 박찬 기자
이런 미틸라 회화가 가장 큰 꽃을 피울때는 ‘몬순(Monsoon)’이라 불리는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될 때다.

이 시기에 네팔은 추수기를 맞이하는데 신에게 감사하며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를 개최한다.

그 대표적인 축제가 ‘티하르’다. 닷새 동안 이어지는 티하르 기간 마을 여성들은 바로 미틸라 회화를 마을 곳곳에 장식한다.

네팔에서는 티하르 기간 미틸라 회화를 통해 신들을 집으로 초대한다고 믿는다. 인간과 공존하며 살고 있는 모든 생명과 축복을 나누는 독특한 전통으로 힌두교 신화와 신들을 주제로 한 미틸라 회화는 축제의 영적인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축복의 시간을 함께하는 매개체가 된다.

미틸라 회화는 지역 여성들의 사회적 해방에도 기여했다. 외출하는 것조차 심하게 통제받던 여성들이 벽화 작업을 펼친 것은 단순한 전통을 넘어 자립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심효윤 ACC 학예연구사는 “미틸라 회화는 단순한 벽화를 넘어 지역의 생활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양식으로 성장해 왔다. 여성의 사회 참여 증대, 자연을 재료로 쓰며 발굴한 그림 작업의 순환 구조는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며 “특히 지역 여성들이 그린 회화작들이 상업화로 이어지며 여성들도 수입이 생겼고 남성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뤄 해외 진출, 지위 상승 등 성별의 차이를 극복해 내는 일종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미틸라 회화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긴 활동으로 확장됐다. 여성의 역할과 남녀 평등을 강조하는 메시지, 폭력 반대, 경제적 자립과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회화작들이 이를 입증한다.

미틸라 회화 진열장 바로 옆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난해 11월 방영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위대한 유산 남아시아’는 관람객들이 이들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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