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장] 국회 앞 “尹 탄핵” 외치던 시민들, 국힘 표결 불참에 ‘실망’
광주·전남 등 전국서 100만명 모여
추위 잊은 채 "내란수괴 즉각탄핵"
국힘 당사 찾아 탄핵 동참 요구도
입력 : 2024. 12. 07(토) 20:57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한 7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일대에 수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40년 후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헌정사상 17번째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국회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정문 앞으로 쏟아져나왔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주최 측 추산 인원은 100만명으로 당초 예상된 신고 인원인 20만명보다 5배가 더 많고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집회 인원의 20배에 달하는 인파가 모였다.

경찰도 10만명까지 참석 인원을 추산하다 집회 시작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파가 늘어나자 집계를 보류했다.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3시간 앞둔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입구부터 국회 정문 앞 일대는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인도와 도로 할 것 없이 여의대로 인근 모든 공간이 가득 차면서 본 집회가 시작됐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촛불행동 등 각 단체와 시민들이 합세했으며 광주와 전남에서도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가세했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추위도 잊은 채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수괴 즉각탄핵”을 한 목소리로 외치며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쓰러지고 채 해병이 쓰러졌을 때 윤석열 대통령을 멈췄더라면 계엄의 참사와 이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지 모른다”며 “치욕스러운 순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라도 윤석열을 탄핵하고 체포해 감옥에 보내자”고 호소했다.

이어 시민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첫 번째로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과정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로 지켜봤다. 오후 5시40분께 특검법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한층 격앙돼 “창피하다”, “위헌정당 해산하라” 등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법 뒤 상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국민의힘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불참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성립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동의했으나 끝내 단체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본회의장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국회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민들도 박 원내대표의 부름에 맞춰 의원들의 이름을 함께 따라 부르며 여당 의원의 탄핵안 투표를 촉구했다.

실망감을 금치 못한 일부 시민은 플래카드를 찢으며 울분을 표출했다. 끝내 눈물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탄핵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해남에서 새벽에 출발했다는 전순덕(51)씨는 “아무리 ‘국민의힘’ 소속이여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가결표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고 한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고 누가봐도 내란이 확실한 상황에 당의 눈치를 보고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허탈했다. 오늘 자리를 떠난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통과될 줄 알고 민주주의의 역사적 현장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녀와 함께 집회현장을 찾았다는 박상대(36)씨는 “건강한 정치보다는 이권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어떤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끝까지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민 수백여명이 7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탄핵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시간이 흘러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의힘 당사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시민 수백여명이 몰려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국민의힘은 탄핵에 동참하라”를 연신 외쳤고 한 청년의 주도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양측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시민 수백여명이 7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시민 여럿은 바로 옆에서 “시끄럽다”, “이재명 구속”을 외치며 맞대응 해 경찰이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도 200여명의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탄핵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 전역에 135개 중대, 1만2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서울=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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