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팀이 중요했던 ‘투혼의 에이스’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6> 투수 제임스 네일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 등극
다승 및 승률서도 상위권 기록
안면 부상에도 KS 맞춰서 복귀
“빠른 복귀, 우승에 도움 될 것”
입력 : 2024. 11. 11(월) 19:04
KIA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이 지난달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뒤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KIA타이거즈의 열두 번째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 빠르게 회복해 전력에 복귀하겠다.”

제임스 네일은 약속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다. 올해 정규시즌 막바지 턱관절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오직 KIA타이거즈의 통합 우승만을 바라보며 괴물 같은 회복력을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 유니폼을 입은 네일은 외인 선발진의 2옵션으로 꼽혔다. 먼저 영입된 윌 크로우가 두터운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풀타임 선발 경험까지 있어 뒤를 받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네일이 1옵션으로 떠올랐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실전에서도 강력한 스위퍼에 직구와 커터까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 사이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며 네일은 확고한 1선발이 됐다.

네일은 정규시즌 동안 KBO 리그를 지배했다. 정규시즌 막바지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관절 골절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26경기에서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올 시즌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뿐만 아니라 다승에서 공동 7위, 승률에서는 0.706으로 6위의 호성적을 냈다.

네일이 15승으로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한 원태인(삼성라이온즈), 곽빈(두산베어스)과 3승 차이밖에 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남은 시즌에 정상적으로 출전했을 경우 평균자책점 외에도 타이틀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다관왕을 놓쳤음에도 네일은 낙담하지 않고 팀 우승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수술대에 오른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병상을 박차고 일어났고, 퇴원 직후 어깨와 팔꿈치 등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선수단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부상으로부터 딱 열흘 뒤였다.

당시 네일은 “근육과 체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체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지루하다. 경기장에서 동료들과 팬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고, 빠른 회복으로 한국시리즈 전까지 전력에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모국으로 돌아가 치료에 전념한다. 지난해 LG트윈스의 아담 플럿코와 올해 삼성라이온즈의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가 불발된 바 있다.

특히 네일의 경우 이미 옵션을 모두 충족한 상황이었다. 당초 KIA와 사인한 70만달러(이적료 제외)의 연봉을 100%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한국에 남아 팀을 우선시했다. 실전 등판을 위한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네일은 한국시리즈 1선발로 낙점됐다. 연습경기에서 최고 구속이 150㎞를 웃도는 등 구위와 제구 모두 합격점을 받았고 이범호 감독도 키플레이어로 지목하며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네일은 이 믿음에 완벽히 보답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짠물 투구를 펼쳤고, KIA는 6회초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는 우여곡절 끝에 승부를 뒤집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2승 1패로 근소한 우위에서 나선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5.2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네일이 챙긴 탈삼진만 무려 일곱 개에 달했다.

네일은 통합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야 짐을 챙겨 모국인 미국으로 떠났다. KBO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만큼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KIA는 무조건 잡겠다는 기조로 재계약 협상에 최선을 다할 전망이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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