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친윤석열계-친한동훈계 갈등 증폭
윤-한 면담 소득없이 끝난 뒤 대립각
한, 특별감찰관 추진에 추경호 반기
입력 : 2024. 10. 24(목) 09:49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을 방문, 윤일현 금정구청장과 함께 상인, 시민 등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간 면담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한 대표가 면담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연일 압박하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자, 친윤계가 한 대표에 거칠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권 내 충돌이 임계점을 향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23일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한 대표는 이날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가 11월15일 나온다”며 “그때 우리는 김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며 “지금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더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는 뜻이다. 현재 여당은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해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곧바로 “이 부분(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 중진 등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는 의원총회를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 ‘투톱’이 공개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자 친한계에선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해 한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반발이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그동안 한 대표와 무난하게 소통해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윤-한’ 면담을 기점으로 한 대표와는 선명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윤-한 면담 직후 윤 대통령과 만찬에서 추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부여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 대표 견제를 위해 친윤계도 결집하는 모양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친윤계 외곽 모임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주최 행사에서 한 대표를 향해 “당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서 어떻게 출마해볼까 그거 하나 밖에 안 보인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권위를 인정해 주고 당이 뒷받침해 주는 게 집권여당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도 라디오 ‘전격 시사’에 출연해 “옛날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들 보다 더 무서운 싸움을 지금 벌이겠다는 건데 우리 당원들은 (그런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 당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동훈 대표를 세운 게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23일 홍준표 대구시장 면담을 두고도 ‘한동훈 고립 작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시장은 그동안 한 대표를 지속해서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면담 후 뉴시스에 “(윤 대통령과) 대구경북(TK) 현안만 논의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윤 대통령이) 원내대표만 불러 식사하는 건 당내 분열책 아닌가. 정상적인 당정관계인가”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 이후 각자 ‘마이웨이’ 노선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여권 대 친윤계와 친한계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되면서 현안에 따라 더 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지혜 기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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