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27-3>배달 수수료 인상에 시름하는 영세업체 업주들
“음식값 올리는 것 외 방법 없어”
무료배달 비용 업주가 모두 부담
“매장 방문보다 배달수요 더 많아”
가게 노출 위한 광고비 지출도 커
입력 : 2024. 07. 28(일) 18:40
지난 27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음식거리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배달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 곳곳의 영세 식당과 배달 전문 매장이 대형 배달플랫폼 간 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에 시름하고 있다.

홀과 함께 운영되는 식당 외식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낮은 수익에 결국 음식값을 올려야 하는 실정이고 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배달전문점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필수인 해당 가게 노출을 위한 광고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6월부터 광산구 월계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해 온 업주 A(33)씨는 배달플랫폼이라는 시스템 자체는 장점이 많지만, 수수료 인상과 기업의 홍보 방식 등이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거리가 가까우면 2500원, 멀면 5000원의 배달비를 업주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원재룟값, 원자잿값, 인건비 등을 빼고 닭 한 마리를 팔면 남는 수익이 1000원이다“며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에 결국 업주들 입장에선 음식값을 올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도 함께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의 민족(배민)의 경우 기존 방식대로 고객과 업주가 배달 요금을 50%씩 부담하는 일반배달과 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무료배달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 입장에선 배달비 부담이 없는 무료배달을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일반배달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쿠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배민이 무료배달을 전면으로 내세워 대대적 홍보에 나선 상황이라 앱에 들어가면 무료배달 위주로만 나와 고객 입장에서도 일반배달은 고려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배달 수수료를 플랫폼업체에서 내는 것처럼 광고하는 게 큰 문제”라며 “배민 이용 배달 수수료를 업주가 전액 부담하고 있는데 무료 배달에 대한 홍보 반사 이익까지 전부 배달 플랫폼이 챙기는 기형적인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2년 전 광주 동구에 카페를 창업해 운영 중인 B(45)씨는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을 모두 이용 중이라고 했다. B씨는 “요즘에는 음료나 디저트도 배달로 시켜 먹는 경우가 많다. 매장 방문보다 배달 수요가 더 높아 매출의 70% 이상은 배달 주문으로 벌어들이고 있다”며 “음료 자체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여러 잔을 팔아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단체 주문이 많은 배달플랫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제 곧 배달 수수료가 오른다는 소식에 벌써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고물가 시기에 배달플랫폼은 중개수수료, 광고료 등을 계속 올리고 있어 안 그래도 힘든 와중에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자영업자와 배달플랫폼이 상생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화정동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 중인 업주 C(40)씨는 “광고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배민 앱에 가게를 노출하기 위한 울트라콜(반경 1~2㎞ 거리에 해당 가게를 노출하는 서비스) 깃발 1개를 사기 위해선 매달 8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5~6개를 구입해 이용 중이다”며 “가격 부담이 커 깃발을 줄이려는 생각도 해봤지만, 홀을 따로 운영하지 않아 배달 플랫폼에 의존해야 해 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씨는 또한 “배달료를 업주들한테 전액 부담하게 하는 시스템은 잘못됐다”며 “배달 수수료·광고 수수료를 모두 배민 이용 업주들이 내고 있는데 마치 플랫폼이 무료배달을 부담하는 것처럼 고객들이 인식하게끔 홍보하면서 온갖 영업이익을 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겐 무료배달과 일반배달 2가지 선택지가 있다. 플랫폼 이용 시 무료배달 위주로만 뜨는 배치를 일반배달도 함께 뜨게 바꾸는 등 조절이 이뤄진다면 업주의 부담도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며 “무료배달과 일반배달의 장단점을 잘 설명해 고객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균형 있는 홍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상아·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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