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바다식목일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05. 09(목) 16:57
이용환 논설실장
“바다 속 해조류는 바다의 숲이다. 지구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탄소 흡수와 산소를 생산하는 육지의 숲보다 더 중요하다.” 지난 2017년 BBC가 방영한 ‘블루 플래닛 2’는 바다 속, 화려한 영상미가 압도적인 다큐멘터리다. 생동감 있는 산호정원과 신비하고 화려한 해조류 군락, 온갖 해양생물이 모여 사는 바다 숲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심해에서 발견된 미지의 생명체, 밀물과 썰물이 이어지는 해안가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해조류의 끈질긴 생명력도 경이로웠다. “해조류를 비롯한 모든 해양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은 곧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게 다큐를 제작한 해양학자 실비아 얼의 설명이다.

얼의 말처럼 바다 속 바닷말과 해초는 바다 생태계의 근간이다. 수산자원의 먹이이면서 서식처로 연안 생물의 다양성과 생산성도 높인다. 바다로 유입되는 과도한 영양염이나 중금속을 흡착하고 해수에 용존산소를 공급해 생태계의 건강성도 지킨다. 인류의 소중한 식량자원으로,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다량 함유한 바이오산업의 중요자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해조류에 함유된 바이오에탄올을 추출해 화석연료의 대체자원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바다 속 해조류는 지금 상상을 초월할 위험에 놓여있다. 어쩌면 인류의 오만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석회조류가 고사하는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뒤 10여 년 사이 남해와 동해 연안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갯녹음 현상이 전국 연안의 33.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푸르던 바다 속 색깔도 암울한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특히 남해안의 갯녹음은 성게와 같은 조식동물의 섭식과 수온 상승, 부유물질 퇴적이 원인으로 뾰족한 대책마저 없다고 한다.

10일은 12회째를 맞는 ‘바다식목일’이다. 지난 2012년 제정된 바다식목일은 바다 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제정된 지구촌에서는 유일한 행사다. 해조류의 소멸은 수산자원 고갈과 어업소득 감소는 물론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바닷가로 나가 김이나 미역, 모자반, 감태 등을 직접 심고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바다식목일인 오늘 하루라도 해조류에 관심을 갖고, 1회용품 줄이기와 걷기 등 바다와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에 나설 일이다. 이용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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