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급등에 커피가격 '들썩'…동네카페 ‘시름’
올들어 로부스타 품종 37% 올라
도매상 원두 500g에 400원 인상
커피 프랜차이즈 판매가격 줄인상
자영업자 “가격 올려야하나 고민”
입력 : 2024. 05. 07(화) 18:20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 카페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한 카페의 메뉴판.
“저같이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저렴하게 판매해야만 손님이 오는데 최근 들어 거래처에서 원두 소매값을 올린다는 말이 있어 불안합니다.”

광주 동구 학원가에서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52)씨는 요즘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릴지 고민 중이다. 최근 급격히 오른 원두 가격에 도매상들이 하나둘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가격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 거래처에서 원두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곧 올린다는 소문이 돈다. 개인 카페이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우윳값도 이미 많이 올라 여기에 원두값까지 오르면 매우 힘들어진다”며 “주변에 워낙 카페가 많다 보니 가격을 올리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고민된다.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가격을 올릴지 결정할 예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원한 커피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이 다가오지만 카페 자영업자들은 비상이다. 이상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두값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도·소매상들이 원두 가격을 올린 까닭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기준 로부스타 원두 1톤 가격은 올해 평균 3427.19달러로 지난해(2492.82달러) 대비 37.48% 급증했다. 기존 1000달러~2000달러 사이를 유지하던 로부스타 가격은 올해 1월 3236.5달러로 치솟으며 전년동월(1962.86달러) 대비 무려 64.89% 뛰었다. 원두값은 꾸준히 증가 곡선을 그리며 지난 4월에는 3938.86달러 기록하며 1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원두가격 상승은 세계 로부스타 공급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베트남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원두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로부스타 원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스턴트 커피, 에스프레소 등 다양한 커피 원두에 혼합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국내 자영업자들에 타격이 큰 편이다.

광주·전남 지역 카페에 원두를 제공하는 도매업체 관계자 최모(49)씨는 “국제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원두값도 올랐다. 모든 품종 원두가 일제히 올랐지만 가장 심한 것은 로부스타 품종으로 지난 4월 초부터 500g 한 봉지 가격이 400원이나 뛰어올랐다”며 “소매가를 올리고 싶지만, 거래처 반발이 있으리라 예상해 올해를 지나고 내년부터 1000원 정도 올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원두가격 상승은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외에도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에게도 걱정거리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대량으로 원두를 구매해 어느 정도 소비자가격 방어가 가능하지만, 판매가격 조정은 온전히 본사의 결정이라 원두 납품가는 올랐는데 가격은 그대로여서 가맹점주 사이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 북구와 남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 중인 박모(32)씨는 “지난해 본사에서 원두값을 올렸지만 소비자 판매가는 조정해 주지 않아 상황이 어렵다”며 “올해 원두값이 치솟으면서 본사에서 또 납품가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작년같이 판매가를 동결하게 되면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미 가격을 올린 커피 브랜드들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하삼동커피, 더벤티, 커피빈 등이 원두, 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임대료 및 인건비 영향으로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

하삼동커피는 지난 1일부터 카페라떼 등 음료 6종의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더벤티도 지난달 22일부터 카페라떼 등 음료 7종의 가격을 200원~500원 올렸다. 커피빈은 올해 초 카페라떼 등 우유가 포함된 음료의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으며 지난달 17일부터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파우치 음료 가격도 100원씩 인상됐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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