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병영>영암군 수제맥주 관광상품화 '우려'
이병영 영암주재기자
입력 : 2024. 03. 28(목) 14:41
이병영 영암 주재기자
이병영 영암 주재기자
영암군이 내년 시판을 목표로 수제맥주를 생산,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영암군은 수제맥주 생산설비 총 20억원 중 ‘2024년 농촌자원 복합산업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예산 10억원을 확보했다. 수십년간 방치돼 온 영암읍 회문리 정부양곡창고인 ‘대동공장’을 리모델링 해 수제맥주 제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생산시설과 설비 구축 등에 10억원을 투입해 영암 여행과 관광의 맛을 더해 줄 지역 대표 맥주를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선 8기 영암군이 지역 농특산물로 수제맥주를 만들겠다고 나선 데 대해 걱정하는 군민들이 늘고 있다.

지역명을 넣은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 지자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원재료를 빼고 지역 특산물을 첨가하면서 오히려 제품 퀄리티가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암군도 수제맥주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 바 있다. 군이 수제맥주 개발을 위해 개발 용역비 1800만원을 투입해 업무협약 체결한 용역사와 영암 특산물을 활용한 ‘늘찬맥’ 수제맥주를 개발했다. 시음회 결과 ‘원료 향을 머금으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청년과 노년층의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가볍고 밍밍하다” “향미가 살아있는 가벼운 느낌”이라며 시중 수제맥주와 별반 다를바 없다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영암만의 수제맥주 사업을 혹평하는 이유는 수제맥주 시장을 키웠던 MZ세대가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는 데 과연 영암 수제맥주를 즐겨 찾을 것이냐는 이유에서다. 20억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만든 수제맥주가 자칫 주류시장에서 ‘김빠진 맥주’로 전락하며 혈세낭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제맥주 제조 장비가 고가이고 공장과 시음장 시설 비용 등을 고려하면 최소 2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지자체가 찔끔지원금을 주고 소규모 양조장을 양산한다면 부실업체가 속출할 것이고 맥주 품질마저 저하되면서 부작용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문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뒤늦게 뛰어들어 ‘지역 관광상품의 효자품목’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하는 모습이 마치 ‘돈키호테의 허풍’처럼 들린다.

일부 지자체가 기존 축제를 모방하는 것처럼 타당성 등을 검토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수제맥주 사업에 지역 혈세만 축내며 애물단지로 전략할지 모른다는 주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

하향길에 접어든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 영암군이 이제라도 비틀거리지 않고 제대로 정책방향을 찾아갔으면 한다.
이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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