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윤달… “화장 예약, 하늘의 별 따기”
‘탈 없는 날’… 개장 화장 급증
온가족 총동원… 0.01초 당락
문의 5배 ↑… 타 지역 원정까지
‘1건당 10만원’ 예약 업체 등장도
온가족 총동원… 0.01초 당락
문의 5배 ↑… 타 지역 원정까지
‘1건당 10만원’ 예약 업체 등장도
입력 : 2023. 03. 09(목) 17:51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공원묘지에서 개장을 위한 파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주비 기자
3년 만에 돌아온 윤달을 앞두고 지역에선 ‘화장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기간 이장을 위해 매장한 시신을 다시 화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총동원돼 예약을 시도해도, 몇 초 만에 모두 마감된다. 일부는 고인의 화장터를 잡기 위해 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까지 깔고 예약 신청을 준비하기도 했다.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공원묘지, 흙 파기가 한창이었다. 매장한 시신을 화장한 뒤 납골하는 ‘개장’을 하기 위해서다. 업체 직원들은 고인을 향한 추모 의식을 마친 뒤 파묘를 하고 유골을 수습하는 등 조심스럽게 개장 작업을 진행했다.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윤달 기간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윤달은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다. 윤달은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는 달’이라고 여겨져 개장 화장 수요가 집중된다.
문제는 개장 대부분이 윤달 기간에 집중되기 때문에 화장터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개장한 분묘의 연고자 조모씨 또한 화장터를 잡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했다.
조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분묘를 개장해 함께 납골당으로 모시면 좋을 것 같아 개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곧 윤달이 돌아오는 탓에 화장터 예약이 너무 힘들었다”며 “5남매와 자녀, 조카까지 총동원해 예약을 시도했는데도 며칠 동안은 내리 실패했다. 매일 ‘클릭 연습’을 하고, 각 서버에 맞춰 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깔아서 겨우 화장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씨의 언니 역시 “‘대기인원 8000명’이라고 안내창이 떠 깜짝 놀랐다. 0.01초 단위로 성공 여부가 갈렸다”며 “다른 건 몰라도 묘를 파는 건데 아무 날짜에나 할 수 없어 매우 조마조마했다”고 토로했다.
광주 유일 화장터인 영락공원은 윤달 기간 ‘개장 후 화장’을 기존 하루당 12기에서 38기로 확대 운영 중이다. 하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이날 화장 예약 사이트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예약 가능한 날짜인 다음 달 9일까지 모두 ‘예약 완료’ 상태였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개장 화장 문의가 평달에 비해 5배 이상은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남, 완도, 진도 등 3개군에 한해 화장을 진행하는 남도광역추모공원 역시 개장 화장 상담으로 업무가 마비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도광역추모공원 관계자는 “예약 사이트가 열린 후 10분 만에 화장 예약이 전부 마감됐다. 문의 상담과 전화는 일반 업무를 못 할 정도로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벽 줄서기’ 풍경은 사라졌다는 점이다. 선착순 현장 접수로 화장 예약을 받았던 지난번 윤년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으로만 예약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신 예약 1건당 10만원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화장 예약 전문 업체’가 생기고, 원정 화장이 성행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례지도사 김모씨는 “개장을 의뢰하는 고객 중 80%는 업체에 화장터 예약까지 부탁하는데, 온 직원이 출동해도 예약이 쉽지 않다. 화장 예약만 하는 ‘화장 예약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며 “3일 전에는 정읍에 있는 분묘를 개장해 목포에 있는 화장터까지 갔다. 화장터 포화로 인해 이른바 ‘원정 화장’도 많다”고 말했다.
개장 전문 업체 대표 박모씨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시급 1만원을 주고 매일 밤 화장 예약을 위해 분투 중이라고 했다.
박씨는 “우리도 이런 일(온라인 예약)이 처음이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사무실 컴퓨터 5대로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 뒤로는 매일 PC방에 가 손이 빠른 아르바이트생까지 써가며 화장터를 잡고 있다”며 “서울, 경기도 지역에서 전남으로 화장을 오는 사례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간 개장 화장 건수는 평년의 경우 평균 5만2019건이다. 그중 윤년이 있었던 2014년, 2017년, 2020년의 개장 화장 건수 평균은 9만1895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평년 대비 76.7% 많은 수치다. 아울러 연간 개장 화장의 40%가량이 윤달 1개월 동안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이 기간 이장을 위해 매장한 시신을 다시 화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총동원돼 예약을 시도해도, 몇 초 만에 모두 마감된다. 일부는 고인의 화장터를 잡기 위해 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까지 깔고 예약 신청을 준비하기도 했다.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공원묘지, 흙 파기가 한창이었다. 매장한 시신을 화장한 뒤 납골하는 ‘개장’을 하기 위해서다. 업체 직원들은 고인을 향한 추모 의식을 마친 뒤 파묘를 하고 유골을 수습하는 등 조심스럽게 개장 작업을 진행했다.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윤달 기간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윤달은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다. 윤달은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는 달’이라고 여겨져 개장 화장 수요가 집중된다.
문제는 개장 대부분이 윤달 기간에 집중되기 때문에 화장터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개장한 분묘의 연고자 조모씨 또한 화장터를 잡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했다.
조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분묘를 개장해 함께 납골당으로 모시면 좋을 것 같아 개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곧 윤달이 돌아오는 탓에 화장터 예약이 너무 힘들었다”며 “5남매와 자녀, 조카까지 총동원해 예약을 시도했는데도 며칠 동안은 내리 실패했다. 매일 ‘클릭 연습’을 하고, 각 서버에 맞춰 초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깔아서 겨우 화장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씨의 언니 역시 “‘대기인원 8000명’이라고 안내창이 떠 깜짝 놀랐다. 0.01초 단위로 성공 여부가 갈렸다”며 “다른 건 몰라도 묘를 파는 건데 아무 날짜에나 할 수 없어 매우 조마조마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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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에서 유족들이 고인의 장례를 치른 후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실제 이날 화장 예약 사이트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예약 가능한 날짜인 다음 달 9일까지 모두 ‘예약 완료’ 상태였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개장 화장 문의가 평달에 비해 5배 이상은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남, 완도, 진도 등 3개군에 한해 화장을 진행하는 남도광역추모공원 역시 개장 화장 상담으로 업무가 마비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도광역추모공원 관계자는 “예약 사이트가 열린 후 10분 만에 화장 예약이 전부 마감됐다. 문의 상담과 전화는 일반 업무를 못 할 정도로 많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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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에서 유족들이 운구 차량에 고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강주비 기자 |
대신 예약 1건당 10만원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화장 예약 전문 업체’가 생기고, 원정 화장이 성행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례지도사 김모씨는 “개장을 의뢰하는 고객 중 80%는 업체에 화장터 예약까지 부탁하는데, 온 직원이 출동해도 예약이 쉽지 않다. 화장 예약만 하는 ‘화장 예약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며 “3일 전에는 정읍에 있는 분묘를 개장해 목포에 있는 화장터까지 갔다. 화장터 포화로 인해 이른바 ‘원정 화장’도 많다”고 말했다.
개장 전문 업체 대표 박모씨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시급 1만원을 주고 매일 밤 화장 예약을 위해 분투 중이라고 했다.
박씨는 “우리도 이런 일(온라인 예약)이 처음이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사무실 컴퓨터 5대로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 뒤로는 매일 PC방에 가 손이 빠른 아르바이트생까지 써가며 화장터를 잡고 있다”며 “서울, 경기도 지역에서 전남으로 화장을 오는 사례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간 개장 화장 건수는 평년의 경우 평균 5만2019건이다. 그중 윤년이 있었던 2014년, 2017년, 2020년의 개장 화장 건수 평균은 9만1895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평년 대비 76.7% 많은 수치다. 아울러 연간 개장 화장의 40%가량이 윤달 1개월 동안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