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도시에 지친 청춘에 바치는 음악, 그리고 영화
존 카니 감독 ‘비긴 어게인’
입력 : 2024. 10. 07(월) 14:06
존 카니 감독 ‘비긴 어게인’. 판씨네마㈜ 제공
존 카니 감독 ‘비긴 어게인’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영화 ‘비긴 어게인’(2014)은 유달리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재개봉도 두 차례, 이번에는 개봉 10주년 기념 세 번째 재개봉이라 한다. 우리의 M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들에게 그만큼 공감대를 울렸던 영화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가수’, ‘싱어송라이터’, ‘작곡가’, ‘연예기획가’가 꿈인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당시에 필자가 몸담았던 대학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던 학과가 실용음악과였다. 서울의 유수 대학에서 앞다투어 실용음악과를 만들었고 늘 입시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는’ 꿈이 학생들에게는 1순위라서였을 것이다.

기마민족의 후예라서일까. 노래방, 밤문화,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음주가무의 문화에 익숙한 사회문화적 배경도 흥행에 성공한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연출은 음악 영화 ‘원스’(2006)로 음악과 영상의 융합이라는 성공을 거둔 존 카니 감독이다. ‘원스’로 검증된 감독에다 OST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뮤지션 다운 연기를 펼친 마크 러팔로, 마룬 파이브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 노래도 잘하는 젊고 풋풋한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 등등 영화적 감성을 객석에 공감으로 배달하는 영화. 무엇보다 감독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어 필자에게는 훈훈한 영화로 기억된다.

영화는 뉴욕의 한 라이브 바에서 시작된다. 노래를 마친 가수 스티브가 객석에 앉아 있는 그레타(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를 소개하자 떠밀리다시피 무대에 오른 그레타는 자신의 노래, 도시에 지친 청춘에게 바치는 잔잔한 발라드 ‘A step you can’t takeback’을 부른다. 이 자리에 음반제작자 댄(배우 마크 러팔로) PD가 있었다. 이 오프닝을 감독은 세 번 반복한다. 두 번째는 댄의 입장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그레타의 입장에서 각각의 상황을 반영한다. 천재 프로듀서 댄은 자신이 만든 음반제작사에서 어처구니없게 파면을 당한다. 함께 음반사를 창업한 사울이 음악을 사업으로 바라보게 되어서였다. 음악평론가였던 댄의 아내 미리엄은 출장중 함께한 가수와 바람이 나 댄은 이혼을 통보받는다. 총체적 난국을 맞은 댄은 자살을 기도하고자 한다. 죽을 생각에 싸여 발걸음 따라 들른 주점에서 그레타의 기타반주와 노래를 듣자 댄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드럼 등이 저절로 상상이 되고 시뮬레이션으로 대입이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한다.

그레타는 자신과 반려 고양이를 위해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녀는 애인 데이브(배우 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하게 되어 함께 뉴욕에 오지만 락스타로서 성공하자 데이브의 변심으로 절망에 빠진다.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그레타가 우연히 서게 된 라이브 바 무대. 이를 본 댄의 눈에 띄어 음반제작을 제안받는다. 뮤지션은 음악 하나로도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남자친구가 작곡한 노래의 조그마한 변화 하나로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구성이 재미있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 영화를 위해 기타를 남자친구에게 배웠는데, 그러다 큰 싸움이 날 뻔했다는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새로운 상황, 무시하기 힘든 유혹과 맞닥트리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기존의 것들에 소홀하는 것일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레타의 애인 데이브나 댄의 사업 파트너 사울처럼 초심을 잃고 화려한 새 여자에게 정신을 팔거나 잘 팔리는 화려한 음악에 매달리기 십상이다. 감독은 물들지 않은 자신만의 음악으로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뮤지션, 댄과 그레타를 그려냄으로써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 영화를 뮤지션으로 살다 간 형 짐 카니에게 바친다’는 헌문을 띄움으로써 감독의 형이 어떤 소신으로 음악을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잃지 않는 초심과 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객석에서는 거두어 갈 수 있다.

필자가 실용음악과 강의시간이면 해주는 두 가지의 얘기가 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수록 은퇴가 빠른 편이다.’ 단시간에 승부를 내는 일보다 오랜 노력과 공을 들일수록 경험칙의 결과가 다른 법이다. 다른 하나는, ‘청년 성공은 비극이다.’ 실패의 쓰디쓴 경험이야말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처절하게 그리고 겸허히 얻는 반면, 일찍이 성공을 하면 결과에 대한 가벼움, 독선과 아집이 커지게 마련이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테마칼럼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