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산골짜기와 물골짜기를 횡단하는 남도 곳곳의 ‘갱번’
363)‘갱번’의 출처
“갱번(갱변)이라는 호명은 발음이 약간 다를 뿐 남도 전 지역 나아가 충청도나 경기도 등지의 내륙 산간지역에서 통용된다. 남도의 용례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나는 남도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갱번’을 주장해왔다.
“갱번(갱변)이라는 호명은 발음이 약간 다를 뿐 남도 전 지역 나아가 충청도나 경기도 등지의 내륙 산간지역에서 통용된다. 남도의 용례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나는 남도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갱번’을 주장해왔다.
입력 : 2023. 09. 14(목) 12:35
남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갱번(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아우르는 이름)-이윤선 촬영
남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갱번과 갯것을 하는 사람-이윤선 촬영 |
내륙 산골짜기에서 바다 끝까지 분포하는 ‘갱번’이라는 이름
순천시 용댕이(용당동)에 갱븐몰이 있다. 순천시 판교리에 갱븐이 있다. 개울가를 말한다. 낙안군 이곡리에 갱멀리배미가 있다. 남쪽의 논을 말한다. 승주군 용계리에 갱븐들이 있다. 말배미는 갱본에 있는 논이다. 승주군 대곡리에 웃갱변이 있다. 냇가를 말한다. 살구쟁이를 웃갱변 북쪽에 있는 들이라 설명한다. 승주군 동산리에 갱븐보가 있다. 선창보 동쪽에 있는 보를 말한다. 승주 봉산리에 갱돌과 갱돌앞대기가 있다. 승주 남강리에 갱돌이 있다. 돌이 많은 지역을 말한다. 승주 도정리에 갱븐이 있다. 승주 두월리에 갱븐보가 있다. 승주군 신전리를 갱골이라 한다. 승주 유평리에 갱븐보와 아릿 갱븐보가 있다. 승주 계월리 서쪽 냇가의 들판을 갱번이라 한다. 승주 월등면 망룡리에 갱븐논이 있다. 승주 상내리에 갱배미가 있다. 승주 선변리 동쪽 들을 갱변이라 한다. 보성군 문덕면에 강변리가 있다. 본래 갱변마을이라 했다. 보성군 복내리에 갱변보가 있다. 보성군 웅치면 강산리(장흥 웅치)에 강갯들이 있다. 갱갯들이라고도 한다. 보성군 율어면 칠음리에 갱변들이 있다. 냇가에 있는 들을 말한다. 벌교읍 장암리에 큰갱빈이 있다. 바닷가에 있는 들을 말한다. 장흥군 회천면 군농리에 강변리가 있다. 갱변리라 한다. 바닷가에 있는 마을이다. 무안군 청계면 도대리에 아랫갱변 웃갱변이 있다. 무안군 도리포에 뒷갱변이 있다. 신안군 지도읍 당사리에 갱편, 갱핀여가 있다. 신안군 압해면 학교리에 갱구지 갯벌이 있다. 신안군 지도읍 태천리에 갱건네가 있다. 신안군 상태도 북쪽 바닷가에 있는 들을 간갱이(간경이)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성경이 전달된 곳, 즉 귀츨라프의 배가 정박한 곳이 충남 고대도 강갱인데, 나는 이를 범선의 정박 맥락을 들어 고대도와 원산도 사이 물골로 해석한 바 있다. 신안군 하태도 북동쪽에 있는 샘을 갱건시암이라 한다. 흑산면 심리 서남쪽 갯가의 샘을 갱군새앰이라 한다. 장흥 해창리에 검두갱이가 있다. 남쪽 바다다. 장흥군 남면 인암리에 장텃갱븐이 있다. 냇가에 있는 들로 남면장이 섰다. 장흥 하금리 동쪽 들을 갱이라 한다. 장흥 관동리에 갱잇들, 갱잇보가 있다. 장흥군 유치면 늑룡리에 갱변이 있다. 북쪽 냇가에 있던 마을을 말한다. 장흥군 신풍리에 베락갱븐이 있다. 남쪽 냇가의 들이다.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냇가에 갱븐보가 있다. 장흥군 장평면 내동리, 장서면 등촌리에 갱이가 있다. 장흥읍 건산리에 갱잇들이 있다. 바닥이 깊다. 완도 고금도 봉명리에 뒷갱번이 있다. 군외면 삼두리 선창을 갱변이라 한다. 완도 평일도 월송리 서쪽에 있는 개를 갱번이라 한다. 완도군 노화도 등산리 당포마을을 들갱이라 한다. 완도 신지도 대곡리 점등 앞에 있는 개를 뒷갱번이라고 한다. 완도 신지도 동고리에 갱개남골이 있다. 남쪽 골짜기다. 완도 약산도 해동리에 쌀시갱이가 있다. 어둣동 북쪽에 있는 바다를 말한다. 완도군 청산도 지리에 갱밑산이 있다.
남도인문학팁
남도의 생태와 문화의 키워드 ‘갱번’
전남 내에서도 지역마다 이름들이 약간씩 다르다. 빈도를 보면 갱변, 갱번, 갱편, 갱븐, 갱골, 개, 갱빈, 강갱, 강변, 갱핀, 간갱, 갱, 개펄, 뻘 등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내륙의 냇가나 냇가에 있는 들판 혹은 웅덩이, 바닥이 깊은 들판, 산골 깊숙한 골짜기, 논바닥, 개울가 등을 이르는 용어이며 근해, 연해, 원해를 막론하고 바다의 총칭으로 사용되었다. 이기갑 외, 『전남방언사전』(태학사, 1998)을 참고해보면, 바닷물고기를 갱물괴기라 한다. 갯벌을 ‘게:’로 발음하는 곳도 많다(곡성, 구례, 화순, 승주, 광양, 여천, 보성, 고흥 등). 개펄을 ‘게뿌닥’으로 호명하는 곳은 목포, 무안, 강진 등지로 나온다. 개를 막는 어법을 ‘개막이’라 하는데 ‘게네기’라 하는 곳도 있다. 완도에서 말하는 ‘겟밧’은 ‘개의 밭’이라는 뜻이다. 무안에서는 바지락을 ‘겡주게’라 한다. ‘갱조개’의 다른 표현이다. 이끼를 ‘개포래’라 한다. 갯지렁이는 갯거시랑 혹은 갯거시랭이다. 갯(물)괴기는 바닷물고기, 갯물은 바닷물, 갯바닥은 갯벌 혹은 바다의 총칭이다. 바다에서 나는 어패류나 해조류는 모두 갯것으로 통칭한다. 갱번(갱변)이라는 호명은 발음이 약간 다를 뿐 남도 전 지역 나아가 충청도나 경기도 등지의 내륙 산간지역에서 통용된다. 지면상 전국적 분포를 생략하였다. 남도의 용례가 압도적이다. 구례 곡성 산골짜기의 웅덩이와 샛강에서부터 흑산도의 대양(大洋)까지 모두 포섭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남도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키워드로 ‘갱번’이라는 호명과 개념, 의미 등을 주장해왔다. 산골짜기와 물골짜기를 횡단하는 이름이 ‘갱번’이다. 있음과 없음을 교직하는 공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윤선<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