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21일 집단발포 직전 촬영..."진상규명에 한 걸음"
45년만에 5·18 영상기록물 공개
25살 시민 가톨릭센터 앞 촬영
“당시 시간순서 추정 중요 자료”
입력 : 2025. 05. 27(화) 18:06
5·18민주화기록관이 27일 오전 1980년 5월 21일 금남로 일대에서 벌어졌던 모습이 담긴 영상 시사회를 열었다. 사진은 기증자 문제성(71)씨가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45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1980년 5월 21일 금남로 일대에서 벌어졌던 모습이 담긴 영상기록물이 한 시민의 기증으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공개됐다. 영상 속에는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장면이 담겨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오전 영상 시사회를 열고 문제성(71)씨가 직접 촬영한 미공개 희귀 영상기록물을 공개했다.

당시 25살의 나이로 광주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문제성씨가 5월 21일 금남로 가톨릭센터 앞 아치 구조물 위에서 8㎜ 필름으로 직접 촬영했다.

영상에는 시신 2구를 실은 손수레를 지키는 모습, 아세아자동차에서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 최루탄을 피해 후퇴하던 시민들, 구용상 광주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야유를 받고 내려오는 장면 등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급박하게 돌아가던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당시 오전 상황이 평온한 분위기가 아닌 고도의 긴장 상황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영상은 도청 앞 집단발포 전후의 정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자료로 평가받는다. 기존 영상들 중 일부는 필름 순서나 시간대가 뒤바뀌었거나, 연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반면 문씨의 영상은 타임라인이 명확히 유지된 상태로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 계엄군 측 진술의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 검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그동안 공개됐던 대부분의 영상들은 보안사의 편의에 따라 시민군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재조립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당시 시민들의 상황이 훼손되지 않고 시간 순서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5월 21일 오전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 역할을 할 것 같아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영상에는 현재까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2구의 시신을 실은 손수레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어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기록관은 디지털 복원과 해제 작업을 거쳐 영상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또한 공개된 영상에 앞선 장면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화되지 않은 필름도 복원화할 예정이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이 영상은 5·18의 진실과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살아 있는 증언이다”며 “당시 시민이 촬영한 현존 유일한 영상으로서 5·18 진실규명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다”고 강조했다.

문씨는 “최근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름을 발견해 기증하게 됐다”며 “다른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아쉽지만 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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