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강수훈>광주 투표율이 중요한 이유
강수훈 광주시의원
입력 : 2025. 05. 22(목) 16:16
강수훈 광주시의원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음 주부터 투표가 시작된다. 사전투표는 5월 29일과 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본 투표는 6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투표일정을 먼저 밝힌 이유는 보다 더 많은 시민들께서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어떤 정당이 정권을 획득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다. 3년 전 대선 결과 0.73% 차이를 되돌리는 선거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3년동안 권력을 사유화하고, 불법적인 계엄령을 통해 총칼로 헌정질서를 위협하려고 시도했다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갑자기 생긴 선거다.

대통령 자리에 있던 윤석열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고, 헌법재판소가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줌으로써 비로소 치러지는 선거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앞장서 투쟁해왔던 광주의 투표율은 매우 상징적인 숫자로 역사에 기록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피로 쓰인 역사 위에 서 있고, 그 중심에는 늘 광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국가권력이 시민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부리를 겨눴을 때 광주는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도청에 남아 민주주의의 불씨를 끝까지 지켰고, 그 광주정신은 헌법보다 먼저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정의의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광주는 국가폭력에 정의롭게 맞서야 할 때 행동하지 않고 침묵하게 되면 그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45년이 지난 지금, 불법 계엄으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광주는 또다시 중대한 기로 앞에 놓여있다. 광주의 대선 투표율은 단순한 숫자나 시민 참여율의 문제가 아니라, 도청에서 끝까지 남았던 시민군의 용기, 시민들을 지키려다 희생된 이름없는 청년들의 피와 광주정신을 제대로 승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아니 세계 시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았고, 정치는 국민의 것이다’는 것을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나아가 광주 스스로 민주주의 역사와 선배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광주 시민들이여, 제발 투표에 참여하자. ‘침묵은 권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는 플라톤의 통찰을 되새기자. 우리는 정치에 실망하고, 선거에 회의하며, 투표를 포기한다. 그러나 투표하지 않는 선택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그것은 말 없는 동의이자, 나를 대신해 누군가가 내 삶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결국에는 자기 존엄까지 포기해버리는 매우 무책임한 행위다.

투표는 단지 한 표를 던지는 행위가 아니라 ‘나는 이 사회에 관심이 있고, 내 삶은 소중하다’는 외침이자, 선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의 권리라고 하는 도구는 사용할 때 의미가 있고, 사용하지 않는 권리는 점차 사라지거나 누구도 지켜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표는 작게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침묵은 엄청난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이번 대선에서 광주시민들의 투표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불법 권력의 잔재를 청산하고, 진짜 국민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출발은 참여에 있고, 그 중심은 광주에 있다. 광주가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향해 소리 낼 때, 그 울림은 전 국민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광주의 투표는 단순한 한 표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책임이며,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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