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하정호>교육개혁의 기회, 다시 놓쳐서는 안 된다
하정호 광주광역시교육청 공무원
입력 : 2025. 05. 18(일) 18:18

하정호 광주광역시교육청 공무원
어대명.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결과가 벌써 너무 뻔하다. 어대문 때도 그랬다. 하지만 순탄하게 축복받으며 대선가도를 걸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까지 받으며 낭떠러지로 내몰리곤 했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수위도 없이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것도 같지만, 앞으로 이재명이 걸어야 할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당명까지 바꾸며 국정농단을 부끄러워했던 그 정치세력이 지금은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어차피 질 선거를 포기한 친윤 세력이 당권마저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들 한다. 그보다는 사법 리스크로 대선판을 흔들고 임기 내 개헌을 약속하면 ‘쓰리고에 피박’으로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그 모두가 물거품이 된 지금도,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교육 공약을 만들며 이재명 캠프에 있을 때, 국회 보좌관이었던 대학 친구를 만났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과의 인연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친구다. 그 이력 때문에 선후배들에게서 미움받고 많이 힘들었지만 ‘적폐청산’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쉽게 무너지는 것이 더 기가 찬다고 했다. 청산할 능력도 없으면서 내로남불로 이념 갈등만 부추기다가 결국 정권까지 내주는 것 아니냐고. 수구 세력들은 그때 배웠다. 탄핵을 당해도 더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어야 자기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저나 나나 똑같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조국 사태가 보여줬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라는 방패라면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정권 내내 지난 문재인 정부 탓만 한다고 여당을 비판했지만 지지세력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통쾌해했다.
지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을까? 탄핵은 훨씬 앞당겼겠지만 그만큼 여야 갈등과 국론분열만 더 첨예해지고 개혁입법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문재인 정부도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었고, 교사의 참정권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교육 분야에서는 오히려 정시비율을 더 높이고 고교학점제나 대학 개혁,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중대사는 다 다음 정부로 미루어버렸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도 하지 못한 일, 하지 않았던 일을 내란을 벌이고도 당당한 이들 앞에서 해내야 한다. 이제는 절대다수 의석까지 갖고 있으니 민주당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을 추어라.
스승의 날을 맞아 이재명 후보가 8대 교육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대선 당시 교육대전환위원회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함께 만들었던 공약과 별 차이는 없다. 진일보한 것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지역거점국립대를 세계적인 연구대학으로 키워 대학서열을 완화하고, 지역 사립대학과 협력해 대학이 지역 혁신과 성장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김종영 교수의 주장 그대로다. 김종영 교수는 모두가 SKY를 향해서만 도로를 달리니 교육지옥이 벌어진다고 보고, 극심한 지위경쟁이 일어나는 병목 현상부터 없애는 것이 입시개혁보다 먼저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실패한 것도 이 본질을 놓쳤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졸업생들이 휴렛팩커드, 야후, 구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실리콘 그래픽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직접 창업했던 캘리포니아대학체제를 참고했다. 스푸트니크 충격에 빠진 미국이 1960년대에 대학에 대한 지원을 7배나 늘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도 3~4조의 예산이면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2022년 대선처럼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가 직접 교육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민주당에게 교육정책은 논란만 일으키고 표에는 도움이 안 되는 뒷전의 일이다.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 우선 순위로 올리지 않는 한, 교육개혁은 삽을 뜰 수가 없다. 제대로 쓰이지 않은 역사와 친일잔재만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온 지금의 기득권 세력도 만만치 않은 개혁의 걸림돌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좋은 말로 박수받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지금처럼 먹고 살기가 힘들수록 개혁의 동력은 더 떨어진다. 남들보다 조금만 더 가져도 그것을 기득권으로 생각하고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것마저 잃으면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 생각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교육도 아닌 경쟁을 위해 전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분노로 친구와 교사를 위협하다 결국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교사는 교직을 떠나고 싶어하고 부모는 사교육비 걱정에 쉬 잠들지 못한다. 세수감소로 교육예산은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는 우리 교육청 예산보다도 더 많이 늘어났다. 서로를 고통으로 내몰고 쓸데없는 경쟁으로 이웃과 자신의 미래를 망치는 일에 돈을 쏟아붓는 어리석음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고통에 허덕이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멈추면, 나만 멈추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믿고 굳은 결심으로 이번에는 꼭 교육개혁을 이루자.
지난 대선 당시 교육 공약을 만들며 이재명 캠프에 있을 때, 국회 보좌관이었던 대학 친구를 만났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과의 인연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친구다. 그 이력 때문에 선후배들에게서 미움받고 많이 힘들었지만 ‘적폐청산’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쉽게 무너지는 것이 더 기가 찬다고 했다. 청산할 능력도 없으면서 내로남불로 이념 갈등만 부추기다가 결국 정권까지 내주는 것 아니냐고. 수구 세력들은 그때 배웠다. 탄핵을 당해도 더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어야 자기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저나 나나 똑같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조국 사태가 보여줬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라는 방패라면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정권 내내 지난 문재인 정부 탓만 한다고 여당을 비판했지만 지지세력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통쾌해했다.
지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을까? 탄핵은 훨씬 앞당겼겠지만 그만큼 여야 갈등과 국론분열만 더 첨예해지고 개혁입법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문재인 정부도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었고, 교사의 참정권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교육 분야에서는 오히려 정시비율을 더 높이고 고교학점제나 대학 개혁,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중대사는 다 다음 정부로 미루어버렸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도 하지 못한 일, 하지 않았던 일을 내란을 벌이고도 당당한 이들 앞에서 해내야 한다. 이제는 절대다수 의석까지 갖고 있으니 민주당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을 추어라.
스승의 날을 맞아 이재명 후보가 8대 교육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대선 당시 교육대전환위원회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함께 만들었던 공약과 별 차이는 없다. 진일보한 것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지역거점국립대를 세계적인 연구대학으로 키워 대학서열을 완화하고, 지역 사립대학과 협력해 대학이 지역 혁신과 성장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김종영 교수의 주장 그대로다. 김종영 교수는 모두가 SKY를 향해서만 도로를 달리니 교육지옥이 벌어진다고 보고, 극심한 지위경쟁이 일어나는 병목 현상부터 없애는 것이 입시개혁보다 먼저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실패한 것도 이 본질을 놓쳤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졸업생들이 휴렛팩커드, 야후, 구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실리콘 그래픽스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직접 창업했던 캘리포니아대학체제를 참고했다. 스푸트니크 충격에 빠진 미국이 1960년대에 대학에 대한 지원을 7배나 늘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도 3~4조의 예산이면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2022년 대선처럼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가 직접 교육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민주당에게 교육정책은 논란만 일으키고 표에는 도움이 안 되는 뒷전의 일이다.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 우선 순위로 올리지 않는 한, 교육개혁은 삽을 뜰 수가 없다. 제대로 쓰이지 않은 역사와 친일잔재만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온 지금의 기득권 세력도 만만치 않은 개혁의 걸림돌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좋은 말로 박수받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지금처럼 먹고 살기가 힘들수록 개혁의 동력은 더 떨어진다. 남들보다 조금만 더 가져도 그것을 기득권으로 생각하고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것마저 잃으면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 생각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교육도 아닌 경쟁을 위해 전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분노로 친구와 교사를 위협하다 결국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교사는 교직을 떠나고 싶어하고 부모는 사교육비 걱정에 쉬 잠들지 못한다. 세수감소로 교육예산은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는 우리 교육청 예산보다도 더 많이 늘어났다. 서로를 고통으로 내몰고 쓸데없는 경쟁으로 이웃과 자신의 미래를 망치는 일에 돈을 쏟아붓는 어리석음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고통에 허덕이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멈추면, 나만 멈추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믿고 굳은 결심으로 이번에는 꼭 교육개혁을 이루자.